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최고 등급의 슈퍼태풍 ‘바비(Bavi)’가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령 제도들을 정면으로 관통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8일 세계기상기구와 태평양 현지 재난 당국 종합 보도에 따르면, 슈퍼태풍 바비는 지난 6일 오전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의 로타 섬에 직접 상륙했다. 상륙 당시 태풍은 폭우와 함께 최대 순간풍속 시속 290km에 달하는 가공할 만한 강풍을 동반했으며, 인근 미국령 영토인 괌을 비롯해 티니안, 사이판 등 주변 섬 전역을 강타했다. 로타 섬 행정 당국은 초기 피해 집계를 통해 섬 전역이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통신 인프라가 파손돼 외부와의 연락이 전면 마비됐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슈퍼태풍 바비의 위험 등급을 최고 수준인 ‘5등급’으로 분류했다. 국립기상청은 태풍 상륙 시 발생하는 강풍이 견고하지 않은 주택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로타 섬 일대에 최대 51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발생한 슈퍼태풍 ‘신라쿠’의 피해를 수습하지 못한 북마리아나 제도와 괌 지역 주민 21만 명에게 커다란 충격을 더했다. 실제로 사이판과 티니안 주민 상당수는 앞선 태풍으로 전력망이 파손돼 수개월째 전력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또다시 참변을 맞았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의 위력이 이토록 강력해진 배후 원인으로 태평양 전역에서 발달 중인 엘니뇨 현상을 지목했다. 세계기상기구는 엘니뇨가 대양의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고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열대성 폭풍들이 슈퍼태풍으로 급성장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재해의 강도가 정점을 찍으면서 태평양 도서 지역의 재난 관리와 긴급 구호 인프라 재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