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출현이후 변화하는 세상을 그 누구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만의 생각인가?
조촐한 교교 동문 모임이 있었다. 베트남에서 그 마나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일단 신분을 보증하는 인물들이니 경계가 필요 없는 사이다.
세상 사는 이야기는 결국 인공지능으로 넘어간다. 제법 나름대로 사회적 명성을 쌓고 사는 친구들이지만, 인공지능의 출현 이후 달라지는 세상에 대한 진단은 그 누구도 단언하지 못한다. 그들 역시 인공지능이 만들어 가는 세상에 당황하고 있는 형국이다.
많은 이야기가 돌았지만, 아무 결론도 없이 그저 허공에 흩뿌려지는 각자의 경험만을 나누고 만다. 주식을 인공지능으로, 견적서를 인공지능이 만들고 또 판단도 인공지능이 하는 것을 보면 인공지능이 출현한 이후 세상이 달라지는 모습은 눈에 보이는데, 그 이후의 전개에 대하여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변화는 당연한데 어떻게? 라는 질문 앞에서는 모두 자신의 경험으로 만 진단할 뿐이다. 그리고 그 진단이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화자도 알고, 듣는 이도 안다.
염려되지 않는가?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처음 인공지능이 출현할 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는 도구가 나왔지만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고작 3년만에 세상을 이렇게 바꾸고 또한 내 생활마저 엄청나게 변화시킬 줄 몰랐다.
25년 베트남 한인사회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온 한인사회 역사관, 씬짜오베트남을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하며 지난 해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인공지능과 붙어 살고 있는 나는 그들과 가까이 지내며 뭔가 알고 있다고 은근히 기대했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을 주니 고마울 뿐이지만, 결국 이 친구가 어떻게, 어느 곳으로 나를 데려갈 지 모른다.
미래는 모르지만 현재를 짚어보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현재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변화를 돌아보자.
나같이 인공지능을 통해 개발 작업을 하는 경우는 일반화와는 다른 경우이니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공감할 만한 변화를 찾아보자.
우선, 인터넷 검색에서 구글, 네이버 검색을 대처한 것은 가장 먼저 다가온 변화다. 이젠 그 누구도 검색에 구글을 불러서 올라온 페이지를 일일이 뒤지지 않는다. 인공지능에게 물으면 더 상세히 내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손에 올려놓는다. 이것 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변화다. 세상의 모든 이가 다 스마트 해졌지만 머리속의 담긴 지식은 예전보다 적어지는 것 같다. 기억할 필요가 없는 지식을 머리에 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국에서 들어온 손님과 함께 가까운 관광지를 다닐 때 안내한 것은 별도의 가이드가 아니고 내 폰 안에 담겨있는 인공지능이었다.
관광일정이나 관광지의 적절한 식당, 카페는 물론이지만 우연히 들린 장소의 영상을 올리는 것 만으로 그 장소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관광명소의 역사와 특징, 관심있게 봐야 할 것 등을 사진으로 비추기만 해도 다 알려주니 이제는 관광가이드 직업은 의미가 없어졌다.
또 다른 사건, 몇 달 전에는 도시 외각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 자동차가 멈췄다. 엔진 과열이다. 냉각 팬이 동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일단 식사를 하며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눈다. 고장 증상과 사진을 올리니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자동차의 모델과 연도, 장소 들을 묻고 몇 가지 체크를 하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결론, 릴레이 고장이라고 단언하며, 근처 자동차 정비소에서 릴레이를 주문하여 교체하면 된다는 것이다. 릴레이 박스 사진과 교체해야 할 릴레이 번호까지 알려주며 교체방법도 상세히 안내한다. 동시에 근처에 있는 정비소 연락처도 덤으로 알려준다.
불행히도 시간이 늦어 그날 처리하지 못하고 다음날 릴레이를 교체하고 난 후, 지금까지 아무런 지장 없이 잘 운행하고 있다.
이제 차량 수리 메카닉도 직업이 사라질 판이다. 웬만한 건 자체 수리가 다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이 우리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특히 아날로그를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하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나도 막연한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잘만 이용하면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도 같다는 기대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인공지능의 쓰나미를 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막대한 자금과 엄청난 기술을 휘두르며 세상을 바꾸는 설계자가 따로 있고, 우리는 그들의 설계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 인공지능 이후의 구도처럼 보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AGI (인공일반지능)가 출현하여 자신들이 또 다른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다면 그 세상에는 과연 인간의 자리는 존재할까?
인공지능이 이끄는 미래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두렵거나 불안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어난다.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더 궁금한 것이다.
앞으로5년후, 10년후 세상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 나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