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보약처럼 여기며 과다하게 복용하는 습관이 간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영양제 오남용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자 해독 기관인 간에 과도한 부하를 주어 간수치 상승은 물론 간염, 간경화, 심지어 치명적인 간부전까지 초래할 수 있다.
베트남 수중 및 고압산소 의학회 소속 응우옌 휘 호앙(Nguyen Huy Hoang) 박사는 많은 현대인이 아침에는 종합 비타민, 점심에는 간 해독제, 오후에는 콜라겐, 저녁에는 수면 보조제와 다이어트 약까지 챙겨 먹는 ‘영양제 과소비’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각 알약에 포함된 수십 가지 활성 성분 대부분이 간을 거쳐 대사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종류를 장기 복용하면 간세포가 손상되고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특히 비타민 A와 E의 과다 복용이 위험하다. 비타민 A는 눈 건강에 좋지만, 성인 남성 권장량(900mg)의 3배가 넘는 3,000mg 이상을 복용하면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해외 일부 제품 중에는 한 알에 무려 7,500mg이 포함된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력 강화에 쓰이는 비타민 E 역시 하루 권장량(15mg)의 수십 배인 1,000mg 이상을 섭취할 경우 근육 약화, 설사, 구토 등의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독점 공식’이나 ‘비법 추출물’이라며 성분 함량을 불분명하게 기재한 제품들이다. 특히 ‘체지방 연소’나 ‘근육 증강’, ‘간 디톡스’를 내세운 제품에 포함된 녹차 추출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우스닉산 등의 성분은 고용량 섭취 시 급성 간염이나 간세포 괴사를 일으킨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러한 간 손상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을 통해서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영양제로 인한 간 손상은 현재 특정 치료약이 없으며, 복용 중단과 함께 증상을 관리하는 보존적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임신부(엽산, 철분), 노인(비타민 D, B12), 흡수 장애 환자 등 특정 그룹을 제외하고는 식품을 통해 영양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호앙 박사는 “영양제를 사기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고, 광고에 현혹되어 여러 종류를 중복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 저염식, 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최소 연 1회 정기 검진을 통해 간과 신장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건강 관리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