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저축은 답답하지만 투자는 무서운 당신에게 (서대리 저)

우리는 인생의 어느 단계부터 투자를 시작합니다. 스스로 돈을 벌기 전까지는 ‘용돈’이란 이름의 언제나 부족한, 받아도 받아도 부족한 돈을 가지고 소비생활을 하는데 집중합니다. 수완이 좋은 학생들은 학원비, 문제집비를 삥땅쳐서 커피값, , PC방, 당구장, 노래방 비용 등 소소한 유흥비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용돈 생활하는 시기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투자는 커녕 감히 저축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르바이트(요즘엔 ‘알바’라 부르죠)를 시작하면 스스로 돈을 버는 기쁨을 난생 처음 느낍니다. 저도 대학교 1학년때 첫 아르바이트를 해서 손에 9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을 때 몇 번이고 돈을 세어보며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했습니다. 이게 현실이고 약속 받았던 돈을 진짜로 다 받았다는 안도감이 드는 순간,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황홀경에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돈을 들고 당시 하고 싶었던 월 5만원짜리 기타 교습소에 등록을 했습니다.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인싸’가 될 수 있었던 시절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알바로 소득 경험을 시작하지만 알바비는 대부분 주거비, 생활비, 학원비, 옷값, 담배값, 술값 등 한달동안 간신히 자기 한 몸을 보살피며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급여가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나오는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거인 지니’라면, 알바비는 소소한 소원을 들어주는 ‘반지의 요정’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죠. 드디어 당당한 급여 생활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저축과 투자의 세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왔다면, 25년 ~30년을 열심히 ‘공부’한 후에 드디어 우리는 한달을 버티고도 ‘남는 돈’을 만나는 경이로운 세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해서 ‘남는 시간’을 만났을 때와 같은 막막함을 느낍니다. 도대체 이 남는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하지?

사회 생활 시작해서 이런 생각이 들 즈음 평소 책을 안 사시거나 가까이 하시지 않으신 분들도 지갑을 열어 책을 한 두 권 사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재테크> 책입니다. ‘워렌 버핏 투자법’, ‘월가의 영웅’ 등 전설적 투자자의 투자법에 대한 책부터 ‘차트의 기술’ 같은 주식투자 기법, ‘나는 이렇게 xx억 벌어 파이어족이 되었다’ 등 개인투자 성공담까지 정말 많은 종류의 재테크 책들이 있습니다.

책 제목들만 보고 있어도 금방 부자가 될 것 같고, 투자의 고수가 될것 같은 희망을 줍니다. 어떤 책 제목들은 너무 노골적이라 지하철에서 읽기 민망한 책(게으르게 살지만, 부자는 되고싶어)도 있고, 직장 선후배들에게 속마음을 들킬것 같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안되는 책(회사, 언제까지 다닐거니?) 도 있습니다.

이 책 < 저축은 답답하지만 투자는 무서운 당신에게 > 라는 책은 재테크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 일하느라 바빠서 남는 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막막한 초보 투자자, 이것 저것 사고 팔고 나름 많이 투자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본인의 수익률이 시장 지수 ( S&P 500, KOSPI 200 )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볼만한 책입니다.

1장 서대리의 투자:후회, 2장 서대리의 투자법, 3장 직장인의 후회 : 마인드셋, 4장 : 직장인의 후회 : 회사 생활. 이렇게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제목인 서대리 TV에서 쓰는 닉네임을 필명으로 쓰고 있습니다. 대리 시절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로 서대리라는 닉네임을 정했는데 아쉽게도 책을 쓰는 동안 과장으로 승진해 버렸다는 필자 서대리의 이야기는, 조상님 복권에 당첨되어 굴지의 기업 오너가 된 분이 쓴 자서전이나 오마하의 현인 워런버핏의 투자 강의, 전설의 투자자 피터 린치의 글과는 다른 종류의 울림을 줍니다.

서대리는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중반 직장인으로서,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쓰면서 산다’를 기치로 소비 천국에 사는 욜로족( You Only Live Once : YOLO) 생활을 2년간 하며 과소비가 주는 행복과 문제점을 경험해 봤습니다. 주변 과장님, 부장님 들이 일에 빠져 살면서도 ‘돈’에게 계속해서 끌려다니는 아이러니를 목격하였고, 욜로족 생활을 마친후 5년동안 주식 투자에 매진하면서 결과적으로 -10% 수익률을 내본 쓰라린 투자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마음이 흔들릴때는 투자 전설들의 책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다는 필자 서대리는 연 8%의 꾸준한 수익률을 목표로 하며 S&P 500을 중심으로 하는 인덱스 지수 ETF 장기 투자를 투자의 기본으로 제시합니다. <수익 = 투자금 x 수익률 x 기간 > 이라는 수익 공식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환상의 수익률을 쫓기 보다는 투자금을 늘리고, 오랜 기간 투자하여 수익을 높이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더 바람직하고, 안전하고, 오랜 기간이 흐른후에 궁극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 서대리 투자법의 요지입니다. 말이 되는게 초보 투자자들이 흔히 목표로 잡는 15~20%의 연간 수익률은 모니터를 3개씩 띄어 놓고 업무시간 내내 등락을 관찰하고, 기업관계자들과 점심, 저녁 먹고, 주말에 함께 골프도 치고 사우나도 함께 가는 증권회사 직원들도 달성하기 힘든 환상의 수익률입니다.

월가의 전설 피터린치 조차 13년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월가의 전설’이 된 것입니다. 출근전에 경제 신문 잠깐 읽고,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매매하고, 틈틈이 작은 창을 띄어 거래 타이밍을 잡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매년 꾸준히 환상의 수익율을 달성한다는 것은 마치 태권도 빨간띠 중학생이, 전성기의 최홍만과 링에서 맞붙어서 이길 생각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각오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투자금을 늘리기 위해 직장을 다니며 주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유튜브 채널 수익금을 투자하고, 책을 쓰고, 목표로한 몇백만원의 ‘급여외의 현금 흐름’을 만든 후 조기 은퇴하여 금융 컨설팅 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는 서대리가 들려주는 회사 이야기 역시 소위 ‘평범한 직장인’ 들에게 많은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을 썼던 2023년 말에 11만명이었던 유튜브 서대리 채널의 구독자수는 2025년 9월 현재 21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그의 방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돈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고 만다.’ 이 책에서 서대리가 어딘가에서 들었다고 하며 인용했던, 인상 깊었던 문구 입니다. 맞습니다. 인생에서 건강, 돈, 친구(배우자 포함), 취미라는 4가지 요소가 골고루 조화를 이룰때 우리는 높은 수준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돈’때문에 ‘돈’만을 쫓으면서 괴로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누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돈공부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안정적이고 현명하게 돈을 불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책은 역시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도 불리고 싶고, 자신의 회사생활을 돌아보고 싶은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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