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로 부족과 현지화의 악순환
자동차 산업에서 특정 차종의 판매량은 단순히 제조사의 매출을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산 규모는 부품 공급 업체의 투자 결정, 즉 공장 규모·설비·기술·인력 등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품 생산 라인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장기간 안정적인 대규모 주문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개별 차종의 생산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부품 공급사가 전용 투자에 나설 근거를 찾기 어렵다. 소규모 생산을 강행할 경우 부품 단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것이 베트남 자동차 산업이 오랫동안 직면해 온 이른바 ‘닭과 달걀(con gà – quả trứng)’의 역설이다.
이 문제는 비단 베트남만의 과제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제기된 구조적 난제다. 세계은행이 인용한 리틀(Little)·시토프스키(Scitovsky)·스콧(Scott)의 공동 연구 Industry and Trade in Some Developing Countries에 따르면, 생산 규모는 현지화의 경제적 효율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해당 연구는 현지화율 50% 이하를 유지할 경우 차종당 연간 약 2만 대 생산으로 적정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며, 현지화율을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연간 생산량이 5만 대를 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의 핵심은 베트남의 현실에 여전히 유효하다. 부품 산업을 육성하려면 시장 규모 자체가 클 뿐 아니라, 부품 공급사가 투자에 나설 수 있을 만큼 수요가 특정 모델에 집중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백 개 브랜드·모델이 난립한 시장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가 더욱 어렵다.
빈패스트, 해법이 될 수 있나
베트남 자동차 업계에서는 빈패스트(VinFast)가 대규모 생산 체계와 해외 수출 전략을 통해 이 구조적 문제를 타개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충분한 생산량과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다면, 부품 공급사들이 현지 전용 라인에 투자할 유인이 생기고, 이는 현지화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베트남 자동차 부품 현지화 문제는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단일 브랜드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닭과 달걀’ 딜레마를 먼저 깨뜨리는 것이 부품 산업 전반의 도약을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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