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한 대는 소재·부품·전기전자·기계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방대한 제조 시스템의 최종 산물이다. 베트남의 전기차 공급망 역량을 분석하면, 빈패스트(VinFast)로 대표되는 완성차 제조 너머에도 상당한 산업 기반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린플렉시티(Greenplexity)가 그리는 녹색 경제 지도
하버드대 성장연구소(Growth Lab)의 분석 툴인 그린플렉시티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에 놓인 10개 녹색 가치사슬을 추적한다. 배터리, 핵심 광물, 전력망, 전기차, 그린수소, 히트펌프, 수력발전, 원자력, 태양광, 풍력이 그 대상이다. 이 가치사슬은 최종 기술 제품뿐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중간재와 투입재를 모두 포함한다.
전기차 가치사슬만 한정해 보면, 그린플렉시티 데이터는 총 52개 제품을 제시한다. 이 제품들은 25개 제품군에 걸쳐 있으며, 서로 연관된 생산 역량을 가진다. 목록에는 차량 구성 부품뿐 아니라 금속, 고무, 플라스틱, 섬유, 전기·전자 기기, 기계, 반도체, 계측 장비 등 산업재도 포함된다.
즉, 52개 제품은 전기차 부품 목록이 아니라 전기차 가치사슬을 뒷받침하는 산업 역량 시스템의 단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베트남의 수출 비교우위는 어디에 있나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수출 특화가 이루어진 제품을 파악하기 위해 그린플렉시티는 RCA(현시비교우위지수)를 활용한다. 이 지수는 특정 제품이 한 국가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세계 평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한 국가가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품목을 식별하는 데 쓰인다.
베트남의 경우, 전기차 공급망과 연관된 제품군에서 전선·케이블류, 전자 부품, 기계류 등에서 일정 수준의 비교우위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투자 기업 주도의 전자·기계 산업 집적이 베트남의 녹색 가치사슬 편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복잡도와 고도화 방향
수출 특화 수준과 함께 중요한 것이 제품 복잡도다. 복잡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더 정교한 기술과 인프라를 필요로 하며, 해당 분야에서 역량을 쌓는 것이 경제 전반의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베트남의 전기차 공급망 역량은 상대적으로 복잡도가 낮은 제품군에 집중돼 있으나, 현재의 산업 기반을 토대로 고복잡도 제품군으로의 이동 경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빈패스트가 전기차 완성차 브랜드로 국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베트남의 전기차 공급망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산업 정책적 뒷받침이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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