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단백질 몇 g’ 스펙 경쟁, 베트남은 이소말트·통밀 월병
올해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이다. 공교롭게도 베트남의 중추절 ‘뗏 쭝투(Tết Trung Thu)’와 같은 날이다. 음력 8월 15일 보름달을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올려다보는 해다. 다만 뗏 쭝투는 공휴일이 아니어서 상점과 은행, 교통편은 평소처럼 돌아간다.
보름달은 하나인데 그 아래 놓인 선물바구니는 두 개다. 그리고 올해 두 바구니에는 공교롭게도 같은 단어가 적혀 있다. 건강이다.

단백질 25g” 참치캔이 명절 선물이 됐다
한국의 올 추석 선물세트 카탈로그를 펼치면 낯선 숫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백질 몇 g, 나트륨 몇 % 감소 같은 표기다.
동원F&B는 ‘2026 추석 선물세트’ 110여 종을 내놓으면서 단백질·저당·저나트륨을 전면에 걸었다.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참치 선물세트 종류를 20%가량 늘렸다. 주력인 ‘라이트 스탠다드’는 한 캔(135g)에 25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성인 하루 권장량 55g의 절반 수준이다. 신제품 ‘슈퍼참치’ 2종은 단백질 함량을 30g까지 끌어올린 ‘프로틴30’과 나트륨을 70% 줄인 ‘저나트륨 황다랑어’로 구성했다.

저당 흐름도 뚜렷하다. 대체감미료 알룰로스를 넣은 세트, 스페인에서 직수입한 아보카도 오일 세트가 새로 들어갔다.
명절 선물이 ‘푸짐하게 담아 보내는 것’에서 ‘성분 스펙으로 파는 것’으로 넘어간 셈이다. 1984년 첫 선물세트를 내놓은 이래 40여 년간 명절 매대를 지켜온 참치캔이, 이제 헬스장 단백질 보충제와 같은 문법으로 팔린다.

홍삼 9,536억 시장, 이제는 스틱과 젤리로
건강기능식품 쪽은 더 정교하게 쪼개졌다. CJ웰케어는 받는 사람의 연령과 생활 방식에 맞춘 라인업을 짰다. 어르신용으로는 흑삼 브랜드 ‘한뿌리’의 침향환을, 휴대성을 중시하는 층에는 녹용 스틱과 윤옥고 스틱을 배치하는 식이다.
시장 규모로 보면 홍삼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홍삼 시장은 9,536억 원으로 기능성 원료 가운데 가장 크다. 다만 내용물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 홍삼에서 발효인삼·녹용·침향 같은 프리미엄 원료로 올라가는 동시에, 쓴맛을 감수하는 대신 스틱형·젤리형으로 ‘즐기며 챙기는’ 형태가 자녀 세대의 선택을 받고 있다.

사전예약 72.6%… 9월 16일이 마지노선
한국으로 선물을 보낼 계획이라면 날짜가 관건이다.
이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에서 사전예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61.6%에서 지난해 72.6%까지 올랐다. 롯데마트도 70% 수준이다. 명절 선물은 미리 살수록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올해 대형마트 사전예약은 9월 16일까지, 최대 50% 할인이 적용된다. 명절 직전에는 택배 물량이 몰려 배송이 지연되거나 상자가 상하기 쉽다.
호찌민에서 살 수 있는 것들
그렇다면 베트남에 있는 한인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건강한 선물’은 무엇일까.
가장 무난한 것은 여전히 홍삼이다. 유통망도 이미 촘촘하다. 정관장 베트남 판매 독점권을 가진 JM그룹은 하노이 40개, 호찌민 80개 등 전국에 120개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진출 3년 만에 동남아 판매 1위에 올랐다. 한국 라인업이 거의 그대로 들어와 있어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고, 가격대는 50만~300만 동 선에서 형성돼 있다. 부피가 큰 세트류가 200만 동 안팎, 고가 제품은 보자기 포장으로 나온다.

새롭게 눈여겨볼 것은 베트남 현지 브랜드의 건강 선물세트다. 견과류와 꽃차, 꿀을 200mL 유리병에 담아 원목함이나 자석 뚜껑 박스로 포장하는 형태다.
견과 4종에 생강정과, 꽃차를 담고 28×20cm 고급 박스와 쇼핑백을 더한 세트가 55만 9,000동, 견과 믹스에 차와 순수 꿀을 넣은 구성이 52만 9,000동, 소형 세트가 33만 9,000동 수준이다.

견과류, 꽃차, 꿀을 담고있는 Set Quà Trung Thu Bánh Nướng + Hạt và Cà phê đặc sản G377의 모습
거래처 단체 발송에는 이쪽이 오히려 실용적이다. 상당수 업체가 법인 대량 구매를 전제로 VAT 인보이스 발행과 박스 로고 인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30만~60만 동 구간이면 부담은 적으면서 현지 거래처에 격식은 갖출 수 있다.

이소말트와 통밀껍질… 월병이 달라졌다
한국이 저당·고단백이라면, 베트남의 올해 키워드는 저당 월병이다.
설탕을 대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감미료다. 이소말트나 스테비아 같은 대체당을 쓰거나, 꿀과 대추야자의 자연 단맛에 기댄다. 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조합은 에리스리톨에 이소말트와 스테비아를 섞는 방식이다. 에리스리톨은 열량이 사실상 0에 가깝고 혈당과 인슐린을 올리지 않아 키토·팔레오 식단에 맞는다. 사탕무에서 뽑는 이소말트는 단맛이 설탕의 절반 수준이면서 혈당지수가 매우 낮은데, 껍질의 수분과 노릇한 빛깔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다른 하나는 껍질과 소다. 밀가루 껍질을 통밀·귀리·아몬드 가루로 바꿔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소는 기름진 라프쑤엉(중국식 소시지) 대신 마카다미아·호두·아몬드·캐슈넛·치아씨드에 크랜베리와 구기자를 조합한다. 이팅클린, 키토 식단을 하는 사람과 당뇨 환자까지 겨냥한 구성이다.

어떤 제품이 얼마인가
킨도(Kinh Đô) —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중 브랜드다. 대체당을 쓴 ‘반 싸인(bánh xanh·녹색 월병)’ 라인이 저당 제품의 축이다. 채식·다이어트 라인은 100% 식물성 원료에 이소말트를 써 혈당지수를 낮췄고, 소는 검은깨·마카다미아·치아씨드·아몬드로 채웠다. 고령자나 단맛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을 겨냥한 라인이다. 저당 공식은 설탕을 30~40% 줄이되 고소한 맛은 유지하는 쪽이다.
가격은 유통사가 배포한 2026년 가격표 기준 낱개(150g) 4만~9만 5,000동, 2개입 상자 8만 5,000동부터, 4개입 상자 17만 5,000동부터다. 선물용 ‘쫑방(Trăng Vàng)’ 현대형 라인은 28만 5,000~98만 동, 최상위 ‘블랙앤골드’ 4개입은 130만~500만 동에 이른다.

킨도사 저당 월병 대표상품 모습
바 쫀(Bà Tròn) – 유기농·헬시 라인만 하는 소규모 브랜드다. 껍질을 통밀로 쓰고 정제당을 아예 배제한 채 꿀로 단맛을 냈다. 인공색소를 쓰지 않고 채소와 과일에서 색을 뽑았으며, 전통 월병보다 열량이 30% 낮다고 밝히고 있다.
150g 기준으로 특제 텁껌(모둠), 카카오·커피·코코넛밀크, 녹두 소금계란, 녹두 두리안 소금계란, 대나무숯 토란, 녹차 캐슈넛, 팥·럼건포도·호두, 구운닭 샤슈 등 여덟 가지 맛을 낸다. 두리안이나 대나무숯 토란처럼 베트남색이 뚜렷한 맛은 한국 본사나 가족에게 보낼 때 이야깃거리가 된다.

유기농 헬시 월병제조사 바쫀제품의 모습
시장 전체 가격대 – 킨도, 지브랄(Givral), 느란(Như Lan) 등 주요 브랜드를 묶으면 낱개 7만~15만 동, 상자 단위로는 26만~280만 동 사이에 형성돼 있다. 4~5성급 호텔 컬렉션은 한 상자 90만~200만 동 선이다. 호텔들은 7월 초부터 물량을 풀었다.
법인 주문 – 기업 선물로 돌릴 계획이라면 조건을 따져볼 만하다. 헬시 라인도 전통 라인과 같은 수준의 할인이 적용돼 수량에 따라 10~25%가 빠지고, 상자에 회사 로고를 무료로 인쇄해 준다. 500상자 이상이면 공장과 협의해 소 구성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카다미아를 더 넣거나 회사가 원하는 차 향을 입히는 식이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개당 25만~30만 동이면 고급으로 쳤는데 올해는 그 가격대가 평범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예산 감각으로 접근하면 어긋난다. 시장은 커지는 중이다. 킨도는 올해 월병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고액 구간에서는 한국 홍삼이 다시 등장한다. 현지 프리미엄 기프트 업체들은 홍삼을 축으로 수입 와인, 고급 견과, 제비집(옌사오), 이란산 사프란을 조합한 법인용 박스를 내놓는다. 최상위 라인은 홍삼고와 옌사오, 프랑스 와인, 꿀에 재운 인삼편을 금박 옻칠 목함에 담는다.

마음보다 먼저, 마크를 확인하라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때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마크 확인을 첫 번째 원칙으로 제시한다.
특히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 제품 중에는 국내 기준에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간 경우가 있다. 정식 통관된 제품에는 수입업체명과 원재료, 섭취법이 한글로 표시돼 있다. 위해 정보는 식약처 ‘수입식품정보마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한인 사회는 직구와 구매대행 의존도가 높은 만큼 더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
보름달은 하나지만 그 아래 놓이는 선물은 저마다 다르다. 다만 올해만큼은 서울에서도 호찌민에서도, 상자를 열기 전 성분표부터 읽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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