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미디어(SNS)에서 시작된 사소한 말다툼이 오프라인에서 흉기 난동과 집단 폭행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베트남에서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온라인 노출이 범죄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호찌민시 공안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최근 틱톡(TikTok) 등 숏폼 플랫폼에서의 도발이 실제 패싸움으로 번져 20여 명의 청소년이 무더기로 형사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3일 호찌민시 레득토(Lê Đức Thọ) 거리의 한 카페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철파이프와 호신용 스프레이, 사제 칼 등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조사 결과 이들의 갈등은 이틀 전 길거리에서 서로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이후 틱톡에 올라온 자극적인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감정이 격해졌고, 결국 ‘현피(온라인 갈등이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 23명의 청소년이 처벌을 받게 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18세 전후의 어린 나이였다.
온라인은 강력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구인 광고를 통해 알게 된 낯선 사람의 유혹에 빠져 캄보디아로 인신매매된 19세 청년 K군이 공안의 특수 수사 끝에 구조됐다. K군은 현지에서 감금된 채 구타와 전기 고문을 당하며 몸값 요구를 위한 사진 촬영을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릿매치(Litmatch)’ 등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임신시킨 20대 남성들이 최근 징역 7~9년의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베트남 국회에서는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지 매체 ‘뚜오이쩨’의 독자 설문에서도 대다수가 이 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 독자는 “아이들이 실제 삶을 배우기 전에 SNS에서 사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 무섭다”고 우려했다.
호찌민시 아동권리보호협회의 도 응옥 타인(Đỗ Ngọc Thanh) 변호사는 SNS가 청소년들에게 세 가지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첫째는 성 착취나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될 위험, 둘째는 온라인 모욕이나 집단 폭행을 주도하는 ‘가해자’가 될 위험, 마지막은 폭력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범죄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서적 무감각’의 위험이다.
타인 변호사는 “무조건적인 금지나 방임보다는 법적 보호와 기술적 안전장치, 그리고 어른들의 인내심 있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제한적인 스마트폰 사용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해 줄 냉철하고 애정 어린 보호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