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지난 4월 13일부터 이란의 모든 항구에 대해 전격적인 해상 봉쇄를 단행하면서, 이란의 ‘생명줄’과 같은 석유 수입과 대외 무역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수지만, 그에 따른 이란의 경제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아침에 끊긴 ‘황금기’ 수입
최근 몇 달간 이란은 역설적이게도 전쟁 특수를 누려왔다. 지난 2월 말 이스라엘·미국과의 충돌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적으로 통제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수입 급증: 이란은 지난 한 달간(3월 중순~4월 중순) 약 5,522만 배럴의 원유를 배럴당 90~1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수출하며 최소 **49억 7,000만 달러(약 6조 8,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전쟁 전보다 약 40% 증가한 수치다.
봉쇄의 충격: 하지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이란의 해상 무역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란은 더 이상 이 막대한 오일머니를 손에 쥐기 어렵게 됐다. 또한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로부터 거둬들이던 통행료 수입도 전면 중단됐다.
석유를 넘어 전방위적 물자 부족 위기
이란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석유뿐만이 아니다. 이번 봉쇄는 이란의 비(非)석유 부문 무역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공급망 마비: 이란은 산업용 기계, 전자제품, 식품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해상로가 막히면 국내 물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비축유의 한계: 이란은 해상 유조선 등에 약 1억 2,700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플로팅 스토리지)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완충 장치일 뿐 지속적인 봉쇄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란의 대응 카드: 철도와 ‘그림자 함대’
이란은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여러 우회로를 찾고 있다.
그림자 함대(Shadow Fleet): 유령 회사를 통해 소유주를 숨긴 유조선들을 동원해 몰래 석유를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내륙 운송: 철도를 이용해 인접국으로 석유를 보낼 수도 있지만, 대량의 가스와 석유를 철도로 운송하는 데는 막대한 물류 비용과 물리적 한계가 뒤따른다.
프레데릭 슈나이더(Frederic Schneider) 등 중동 전문가들은 “지난 6주가 이란에게는 수익의 ‘황금기’였다면, 이제는 고통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번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 감소가 세계 유가 폭등을 불러일으킬 경우 미국 역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이 ‘치킨게임’이 이란의 항복으로 끝날지, 아니면 중동발 글로벌 경제 위기로 번질지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