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폐암 사례의 84%가 이미 병세가 깊어진 말기 단계에서 발견되고 있어 조기 진단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베트남 암협회와 아스트라제네카 베트남은 지난 일요일 호찌민시에서 폐암 치료를 주제로 한 학술 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호찌민 종양병원의 디엡 바오 뚜안(Diep Bao Tuan) 원장은 글로보칸(Globocan) 2022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인용해 베트남의 폐암 실태를 발표했다. 베트남에서는 매년 2만 4,000건 이상의 신규 폐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암 발생 중 3위에 해당한다. 특히 연간 사망자 수는 약 2만 2,600명으로 암 관련 사망 원인 중 2위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이다.
뚜안 원장은 “의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환자의 84%가 진행 단계에서 진단받는 반면 조기 발견율은 16%에 불과해 질병 부담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호찌민시 암협회 팜 쑤언 중(Pham Xuan Dung) 회장은 베트남의 암 치료 수준이 최근 몇 년 사이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1세기 들어 등장한 표적 치료와 면역 요법은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중 회장은 “과거 전이성 말기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12개월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2~4년까지 생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화학 요법만 사용할 경우 4기 환자의 생존 기간은 8~9개월에 불과하지만, 면역 요법을 병행하면 약 33개월까지 늘어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환자를 위한 표적 치료 등이 조기 단계부터 적용되면서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완치’를 목표로 하는 전략으로 수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 진단율이 낮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많은 시민이 생계 유지에 집중하느라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을 소홀히 하고, 뚜렷한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뚜안 원장은 유전자 및 분자 테스트의 확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 치료 최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전국 단위의 연간 정기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폐암을 포함한 주요 질병의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 정기 스크리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