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2026년 베트남 경제의 향방은?

10% 성장 목표 내건 베트남,
관세 폭풍 속 ‘아시아 성장 챔피언’ 도약 노린다

베트남이 2026년을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베트남 정부는 2026~2030년 사회경제개발계획의 첫 해인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10%로 설정했다. 이는 2025년 8% 성장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해 중상위 소득국 진입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6~7%대 성장을 전망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정부 vs 국제기구, 4%포인트 전망 격차
베트남 재정부(Ministry of Finance)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 사회경제개발계획 초안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최소 10%’, 1인당 GDP는 5400~5500달러, 물가상승률은 5% 이내로 설정됐다. 팜민찐(Pham Minh Chinh) 총리는 “2026년은 경제가 새로운 성장 단계로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국제기구들의 전망은 이보다 현저히 낮다. 세계은행은 6.5% (2025년 3월 전망)에서 6.1~6.3%(2025년 9월 수정)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2%, ADB는 6.0%를 제시했다. IMF는 “미국 관세의 연중 효과와 2025년 정부 부양책 해소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6.5% 성장 후 추가 감속을 경고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더욱 낙관적이다. HSBC는 6.7%, 유나이티드오버시스은행 (UOB)은 7.0%, 스탠다드차타드 (Standard Chartered)는 7.2%를 전망했다. 특히 현지 증권사 VND다이렉트 (VNDirect)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8.8%, KIS리서치 (KIS Research)는 9% 성장을 예상하며 정부 목표에 가까운 수치를 제시했다.

HSBC “관세에도 전자제품이 게임체인저”
HSBC는 최근 발표한 ‘Vietnam at a glance-Asia’s growth champion overcoming tariff challenges
(베트남 개관 – 관세 도전을 극복하는 아시아 성장 챔피언)’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2026년 성장률을 6.7%로 전망하며, 이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HSBC 베트남의 부빈민 (Vu Binh Minh) 자본·통화거래 이사는 “2025년 초 미국이 예외적으로 높은 관세를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베트남의 성장 목표 달성을 의심했지만, 정부의 단호한 조치와 민첩한 정책 대응으로 난관을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2025년 미국의 20% 관세(당초 46%에서 협상으로 감축)에도 불구하고 8.02%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28% 급증해 1532억 달러를 기록, 무역흑자는 1235억~134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HSBC가 주목한 것은 베트남의 수출 품목 구성 변화다. 전자제품이 경공업을 제치고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했으며, 게임 콘솔 수출은 2024년 월평균 3000만 달러에서 2025년 월 4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베트남은 미국 게임 콘솔 수입의 75%를 차지하게 됐다. HSBC 보고서는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은 전자제품 수출이 글로벌 무역 둔화를 완충하는 견고한 백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술 집약적 경제가 AI 주도 기술 수요의 수혜를 받는 아시아 전역의 트렌드가 베트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투자 49% 급증… 인프라가 성장 엔진
2026년 베트남 경제의 최대 성장 동력은 공공투자다. KIS리서치는 공공투자가 전년 대비 49.3% 급증해 1.1조 동(41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DP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로 최근 수년간 최고 수준이다. 국회가 승인한 예산안에 따르면 공공투자는 2025년 대비 10.3% 증가한다. 2025년 임기 말 집행 압박으로 인한 이월 자본과 2026년 신규 자본 계획이 맞물리며 대규모 투자 파동이 예상된다.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로는 롱탄국제공항 (Long Thanh International Airport, 2026년 상반기 상업운항 개시), 벤럭-롱탄 지역 간 고속도로 (Ben Luc – Long Thanh Expressway, 2026년 9월 완공), 남북 고속철도 (North-South High-Speed Railway, 2026년 말 착공 목표) 등이 있다. 풀브라이트 공공정책경영대학원 (Fulbright School of Public Policy and Management)의 응우옌쑤언탄 (Nguyen Xuan Thanh) 선임강사는 “공공투자는 2026년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며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가 실행 단계에 진입하면 진척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2025년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이 변수… 소매판매 11% 성장 전망
국내 소비는 베트남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이자 기회다. KIS리서치는 2026년 소매판매가 10.9% 성장해 7.72조 동(293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 회복의 주요 동력은 2025년 중반부터 시작된 기본급 인상과 지역별 최저임금 조정, 부가가치세(VAT) 2% 감면 연장, 개인소득세 공제 조정 등이다. 신규 산업단지의 노동시장 회복으로 가계 현금흐름이 안정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HSBC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 급증했으며, 팬데믹 이전 추세와의 격차가 연초 10%에서 3%로 크게 축소됐다. 관광 관련 운송·숙박 부문도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베트남은 ASEAN 지역에서 관광 회복을 선도하고 있으며, 비자 면제 제도 없이도 중국 관광객의 새로운 선호 목적지로 부상했다. 응우옌쑤언탄 강사는 “내수 소비는 2026년 베트남 경제성장의 가장 큰 미지수”라며 “소비자 신뢰와 수요가 회복 기회와 잠재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직접투자, 질적 변화 주목
외국인직접투자 (FDI)는 2026년에도 연간 250억~300억 달러의 안정적 유입이 예상된다. 베트남은 2025년 실행 FDI가 276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 증가하며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목할 점은 FDI의 질적 변화다. 신규 등록 FDI는 9% 감소했지만 구성이 크게 변했다. 2025년 3분기 기준 싱가포르와 중국이 각각 신규 FDI의 약 25%를 차지했으며, 한국의 비중 감소를 미국이 메웠다. 미·중 무역 긴장에도 세계 양대 경제국이 베트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에는 첨단기술 제조업, 그린에너지, 디지털 인프라가 FDI의 핵심 분야로 떠오를 전망이다. 베트남의 디지털 경제는 2026년 45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싱가포르, 일본, 한국, 미국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용량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GTI파트너(GTI Partner)는 “베트남의 2026년 FDI 전망은 첨단기술과 녹색 성장 투자 증가를 보여준다”며 “에너지 효율적 냉각 시스템,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Tier III/IV급 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닌성(Bac Ninh)은 전자산업 기지이자 반도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으며, 삼성(Samsung) 생산기지가 있는 타이응우옌성(Thai Nguyen)은 2026년 초 44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정을 확보했다.

미국 관세, 여전히 최대 리스크
베트남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다. 베트남은 중국, 멕시코에 이어 미국과의 무역흑자 3위 국가로, 수출의 약 30%가 미국 시장에 의존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2025년 4월 ‘상호관세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에 46%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협상을 통해 20%로 낮췄지만,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재수출되는 ‘환적(transshipment)’ 물품에는 40% 관세 부과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백악관 무역고문은 “베트남 수출품의 3분의 1이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산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수입을 늘리고 베트남의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겠다고 제안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외교관계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조슈아 커란츠익(Joshua Kurlantzick) 선임연구원은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가장 위협받는 중진국”이라며 “미국의 베트남 수출품 단속이 본격화되면 베트남의 수출 주도 경제 모델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글로벌 무역 긴장 고조나 국제 금융 여건 긴축은 수출과 투자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긴축적 금융 여건과 높은 기업 부채로 금융 스트레스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줄타기… 무역적자 확대 딜레마
베트남은 미국 관세 압박을 받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관리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은 수출 제조에 필요한 부품과 원자재 조달을 위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지며, 베트남이 중국 공급망에 깊숙이 통합돼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 이세아스 – 유소프이삭연구소 (ISEAS – Yusof Ishak Institute)의 레홍히엡 (Le Hong Hiep) 선임연구원은 “베트남이 중국과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중국의 강력한 인프라 개발과 연계하는 것은 논리적”이라며 “이를 통해 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할 잠재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경제적 양보가 중국의 보복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베트남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고려할 때,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 인상이나 투자 감소는 베트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베트남은 무역 다각화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17개 자유무역협정 (FTA)을 활용해 유럽연합 – 베트남 FTA (EVFTA),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한 수출 확대를 모색 중이다.

구조개혁이 성패 가를 것
국제기구들은 베트남이 10%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OECD는 “가격 기반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이 거시경제 회복력을 개선하고 금융시장의 경쟁을 강화해 자본 배분과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며 “노동 인구의 약 3분의 2에 영향을 미치는 비공식 고용 문제 해결이 사회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생산성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IMF는 “베트남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경제 통계 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효과적 정책 결정과 위험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격차를 해소하려는 긴급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우옌안투언(Nguyen Anh Tuan) 중앙경제정책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베트남은 더 이상 자원 채굴과 저렴한 노동력 같은 전통적 성장 동력에 의존할 수 없다”며 “자본과 노동 확대 중심에서 생산성 개선 중심의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차 당대회, 향후 5년 경로 결정
1월 19~25일 개최 중인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는 향후 5~10년의 사회경제 목표를 설정하는 중요한 정치 행사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에서는 당 총서기,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서기국 상무위원 등 ‘5대 기둥(five pillars)’ 인선이 이뤄진다.
HSBC는 “인사 결과와 무관하게 경제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며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은 2030년까지 중상위 소득국, 2045년까지 고소득국 달성 목표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MIT대학교 베트남(RMIT University Vietnam) 경영대학의 부르카르트 슈라게(Burkhard Schrage) 경영학과 임시학과장은 “베트남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지속가능성, 기술 주권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로의 결정적 전환을 예상한다”며 “베트남은 동남아 경제 서열을 재편할 ‘결정적 10년(defining decade)’에 진입하고 있으며, 2026~2027년 태국을 제치고 ASEAN 3위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이 야심찬 10% 성장 목표를 달성할지, 아니면 6~7%대의 안정적 성장에 머물지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과, 공공투자 집행 속도, 구조개혁 실행 의지에 달려 있다. 확실한 것은 관세 폭풍 속에서도 베트남이 아시아 최고 성장국 자리를 놓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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