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정보통신 분야를 총괄 기획했던 공무원이 6년 뒤 베트남 호찌민(Ho Chi Minh)시 한복판에서 강원도 중소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을 이끌고 있다. 30년 공직 경험과 ICT·의료 빅데이터 전문성을 무기로 한국 지방정부의 베트남 진출 교두보를 구축하고 있는 연송흠 강원특별자치도 베트남본부장(60) 얘기다.
호찌민시 7군 코비타워(COBI Tower) 14층에 자리한 강원도 베트남본부. 이곳에서 연 본부장은 지난 1년여간 437개 현지 바이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강원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지원해왔다. 그는 “단순한 수출 지원을 넘어 베트남과 강원이 함께 성장하는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림픽 ICT 전문가에서 베트남 통상 책임자로
연 본부장은 1995년 삼척시청에서 전산 주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줄곧 ICT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6년 강원도청으로 전입한 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정보통신국 정보기획부에서 올림픽의 핵심인 기술 분야를 총괄 기획했다. 올림픽 이후에는 의료 빅데이터 및 AI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지난해 1월 베트남 부임 제의를 받았다.
“도내 기업의 동남아 진출 지원과 첨단 의료 수출, 베트남 보건 개선이라는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쌓은 국제 협력 경험과 의료 ICT 전문성이 베트남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강원도 베트남본부는 2017년 6월 호찌민에 설립됐다. 베트남 내에서 가장 경제가 활발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호찌민을 거점으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연 본부장은 부임 후 베트남 사람들의 밝은 미소와 한국과 닮은 유교 문화, 도시 전체에 흐르는 생동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마중물 사업’으로 진성 바이어 발굴
베트남본부의 핵심 업무는 첨단 의료기기, 뷰티, 스마트팜 등 도내 기업 제품의 수출 확대다. 연 본부장은 “베트남 기업과 강원 기업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본부는 통상 지원, 국제 교류, 강원 출향인 지원, 방문 기관의 베트남 기관 섭외 등을 담당한다. 연 본부장과 직원들은 베트남을 방문하는 기업과 기관의 애로사항 해소, 현지 기관 섭외, 바이어 매칭, 자료 번역 등을 지원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베트남 초기 진출기업 마중물 지원사업’이다. 도내 기업들이 베트남 전시회에서 샘플을 제공한 뒤 바이어와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가 빈번하자, 본부가 직접 나섰다. 연 본부장은 “본부에서 샘플을 사전 구입해 관심 바이어와 직접 면담 후 제공함으로써 진성 바이어를 발굴하고 있다”며 “베트남에 처음 진출하는 제품에 한해 기업당 약 40만원 상당의 샘플을 구입해 소비자 반응 조사용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본부는 본부 공식 SNS, 호찌민 한인상공회의소(KOCHAM) 행사 및 각종 현지 행사 참여를 통해 지금까지 437개사의 현지 바이어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매월 분야별 시장 규모, 가격, 소비자 트렌드 등을 조사한 보고서는 강원수출기업서포터 홈페이지에 게재돼 도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다.
– 강원특별자치도 베트남본부 내 한켠에 차려진 강원도 소재 기업들의 제품 진열장 –
지자체 교류에서 기업 비즈니스로
베트남본부는 지자체 간 교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동탑(Dong Thap)성 고등학생 중 성적은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강원도립대학 유학생 유치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본부가 동탑성과 강원도립대학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 본부장은 “유학생들이 베트남에 귀국한 뒤 강원 제품의 수입 바이어 역할을 하거나, 베트남 제품의 한국 수출 및 기업 간 협력 모델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지자체 간 교류가 장기적으로 기업 비즈니스로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찌민에서 지사나 센터를 운영하는 KOTRA, 한국무역협회, 중소벤처기업부, 수협 등 대한민국 통상 지원 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전시회 공동 개최, 수출을 위한 역할 분담 등으로 성과를 높이고 있으며,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는 의료 관련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협력, 인허가 애로사항 해결 등을 함께 추진한다.

◇ 보건 개선 ODA부터 스마트팜 협력까지
연 본부장의 중장기 목표는 명확하다. “단순한 통상 업무 지원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와 베트남 지자체 간 보건 개선 프로젝트와 의료산업 협력 모델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양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향후 1~3년간 우선순위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람동(Lam Dong)성과 협력해 여성 암 개선 등 베트남 보건 향상을 위한 ODA 사업을 추진한다. 둘째, 동탑성 고등학생 유학 유치와 스마트팜·친환경 농업 분야 교류를 활성화한다. 셋째, 호찌민시와의 국제 친선 교류 문화 행사를 확대해 강원특별자치도를 베트남에 널리 알린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강원도 기업들에게 그는 당부했다. “시장 사전 조사, 베트남의 기후 특성, 문화, 소비자 성향 등을 충분히 파악한 뒤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진출을 추진하시길 바랍니다. 한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베트남을 존중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 기업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연송흠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베트남본부의 구체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첫째, 현지 바이어가 강원 기업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 해당 기업을 섭외해 양측 간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제품 설명부터 가격 협의, 최종 계약까지 지원합니다. 둘째, 강원 기업이 먼저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면 제품 자료를 베트남어로 번역하고 온라인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본부 SNS와 기존 바이어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한 뒤 적합한 바이어를 매칭합니다.”
437개 바이어는 어떻게 발굴하셨나요.
“본부 공식 SNS, 호찌민 한인상공회의소(KOCHAM) 행사 및 각종 현지 행사 참여, 그리고 도내 기업이 베트남 전시회에 참가할 때 작성한 상담 일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현재까지 437개사의 현지 바이어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는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매월 분야별로 시장 규모, 현황, 가격, 소비자 트렌드, 구매 가능 인구와 지역, 시사점 및 유의사항 등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 자료는 강원특별자치도 기업지원과에 보고되고, 강원수출기업서포터 홈페이지에 게재돼 도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강원 기업이 베트남 진출에서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인허가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정확한 절차 이해가 부족합니다. 둘째, 베트남 소득 수준 대비 제품 가격이 높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습니다. 셋째, 현지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베트남 시장에 특화된 차별점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중물 사업의 성공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가격 경쟁력 부족과 차별화된 제품 특성 부재가 실패의 주요 원인입니다. 베트남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접점이 부족하면 현지 바이어도 수입을 꺼립니다. 마중물 사업으로 매칭된 바이어와 수출 계약이 체결되면, 후속으로 현지 바이어에게 홍보비를 지원해 제품이 베트남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초기 진출부터 안정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합니다.”
베트남 시장의 최근 트렌드는 어떻습니까.
“소득 수준 향상과 SNS 활용 증가로 성분과 효능이 우수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편입니다. 다만 진출 시에는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현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유망한 품목으로 무엇을 꼽으시나요.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베트남의 소득 수준 향상과 고령 인구 증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 의료 인력과 시설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러한 수요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AI 탑재 의료기기, 인공지능 의료 솔루션, 개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베트남 파트너와 협상할 때 꼭 준비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가요.
“한국 내 제품 인지도, 해외 판매 사례, 현지 바이어를 위한 지원 및 혜택, 제품 효능에 대한 과학적 증빙 자료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바이어가 베트남 소비자에게 자신 있게 어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때 매칭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동탑성 유학생 유치가 기업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나요.
“지자체 간 교류를 통해 양측의 협력 기반이 강화됩니다. 특히 유학생들이 베트남에 귀국한 뒤 강원 제품의 수입 바이어 역할을 하거나, 베트남 제품의 한국 수출 및 기업 간 협력 모델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향후 1~3년간 집중할 분야는 무엇입니까.
“첫째, 람동(Lam Dong)성과 협력해 여성 암 개선 등 베트남 보건 향상을 위한 ODA 사업을 추진합니다. 둘째, 동탑성 고등학생 유학 유치와 스마트팜·친환경 농업 분야 교류를 활성화합니다. 셋째, 호찌민시와의 국제 친선 교류 문화 행사를 확대해 강원특별자치도를 베트남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강원도 기업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시장 사전 조사, 베트남의 기후 특성, 문화, 소비자 성향 등을 충분히 파악한 뒤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진출을 추진하시길 당부드립니다. 한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베트남을 존중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 기업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베트남 한인 동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낯선 땅 베트남에서 땀 흘리시는 동포 여러분께 항상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6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사업이 더욱 번창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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