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흐르는 바(Bar)에서 한의사 자격증을 가진 바텐더에게 진맥을 받고 체질에 맞는 ‘약술’을 처방받는 독특한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기존의 양주 진열장 대신 약재 서랍이 들어찬 이른바 ‘한방 바’가 중국 90년대생(90后)과 2000년대생(00后)의 새로운 아지트로 떠올랐다.
이곳의 바텐더들은 앞치마 대신 흰 가운(Blouse)을 입고 손님의 맥을 짚거나 혀의 상태(설태)를 확인한 뒤 맞춤형 한방 칵테일을 제조한다. 난징(Nanjing)의 조이칙 바(Joychic Bar)는 실연의 아픔을 잊게 해준다는 컨셉으로 쓴맛이 나는 쑥과 지황 등을 섞은 진(Gin) 기반의 ‘망각주’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광주(Guangzhou)와 항저우(Hangzhou)의 유명 바들 역시 손님의 수면 장애나 불안 증세에 따라 장미, 대추, 진피 등을 배합한 황주(Hoàng tửu) 칵테일을 처방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의 야간 경제 규모가 2023년 50조 위안에 달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 트렌드가 결합한 결과다. 상하이(Shanghai) 중의약대학 학생들이 운영하는 니앙칭 허벌 바(Niang Qing Herbal Bar)는 월평균 2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전국 5개 지점으로 세를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한자 ‘의(醫)’ 자에 술 항아리를 뜻하는 ‘유(酉)’ 자가 포함된 것처럼, 술과 약재의 결합은 오랜 역사를 가진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상형 양생’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절강성 인민병원 한방과 라커슈에(La Khac Hoc) 부과장은 “밤을 새우거나 과로하는 등 나쁜 생활 습관을 약술 몇 잔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재 간의 궁합이 맞지 않거나 제조 방법이 잘못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음허(Âm hư) 체질인 사람이 열성인 술을 과하게 마시면 불면증이나 구내염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한방 바가 즐거운 문화 체험의 장이 될 수는 있지만 정식 의료기관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전문가들은 약술 섭취 시 각 약재의 양을 3~6g으로 제한하고 한 번에 200ml 이상의 술을 마시지 말라고 권고했다. 베트남 하노이(Hanoi)와 호찌민(Ho Chi Minh) 등지에서도 젊은 층을 겨냥한 한방 컨셉의 카페와 바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사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통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 아시아 전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국은 약재의 출처와 용량의 정확성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관리하기 위한 법적 책임 소재 마련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