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로인 호르무즈(Hormuz) 해협을 두고 이란과 오만(Oman)이 선박 통행 감시를 위한 공동 의정서 작성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국제 에너지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통신(IRNA)은 카젬 가리바바디(Kazem Gharibabadi) 이란 외무부 차관의 발언을 인용해 양국이 해협 통항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리바바디(Gharibabadi) 차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운항은 이란과 오만 양국의 감시와 조정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치는 통행 제한이 아니라 항행 안전을 보장하고 통과 선박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사실상 봉쇄됐던 해협이 제한적으로나마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풀이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급등하던 국제 유가는 즉각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수주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폭등했던 유가는 오만과의 협상 소식에 고점 대비 상당 부분 밀려났다. 뉴욕 증시 역시 전쟁 장기화 우려로 급락하다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개방 가능성이 제기되자 반등에 성공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혈맥으로, 봉쇄 직후 국제 유가는 사상 유례없는 폭등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경제 위기를 촉발했다. 트럼프(Trump) 대통령은 “미국은 이 경로를 통한 원유 수입 비중이 작아 타격이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실제 미국 내 평균 가솔린 가격은 한 달 만에 30% 이상 치솟으며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진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력 충돌 없이 해협이 개방될 경우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노이(Hanoi)와 호찌민(Ho Chi Minh)의 에너지 분석가들은 “태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이란 측에 선박 통행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이번 의정서가 실제 효력을 발휘한다면 공급망 마비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여전해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