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치민시가 5000억 동(약 275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탈 펀드 설립을 승인하면서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자금줄이 열렸다.
이번 펀드는 빈그룹, FPT, 롯데벤처스 등 9개 대기업이 창립주주로 참여하며, 2026년 3월 사업자 등록을 목표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호치민시 인민위원회가 승인한 ‘호치민시 벤처캐피탈 펀드’ 설립 프로젝트는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국내 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베트남 스타트업의 절반 가량이 호치민시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은 턱없이 부족했다.
기존 정부 지원 펀드는 관료주의적 운영 방식 때문에 시장 원칙에 따른 ‘위험 감수형’ 투자를 하지 못했고, 결국 많은 기술기업들이 외국 펀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펀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통제된 위험 수용’ 메커니즘이다.
기존 국가 지원 프로그램에서 개별 프로젝트마다 성과를 평가하던 것과 달리, 이 펀드는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를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한다.
한 투자 사이클 내에서 국가 자본의 최대 50%까지 손실을 허용함으로써, 고위험이지만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술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것이다.
펀드는 2026년 설립 시점에 초기 자본금 5000억 동(약 275억 원)으로 출발한다. 이 중 국가 예산이 2000억 동(약 110억 원·40%), 민간 투자자가 3000억 동(약 165억 원·60%)을 출자한다.
호치민시는 2035년까지 펀드 총자본을 5조 동(약 2750억 원)으로 확대해 대규모 국내 벤처캐피탈 펀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창립주주로는 베트남 굴지의 대기업과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빈그룹, 비나캐피탈, FPT, 소비코그룹, 베카멕스 IDC, VNG, CT그룹, 호아센그룹, 롯데벤처스 베트남 등 9개 기업이 창립주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펀드는 ‘호치민시 벤처캐피탈 펀드 주식회사’라는 명칭으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이는 국가와 민간 투자자의 소유권과 투자팀의 경영권을 명확히 분리하기 위한 구조다.
관-민 합작(PPP) 모델을 채택해 국가 예산이 선도 자본 역할을 하고, 기업 및 금융기관의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 의사결정은 시장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되, 주주로서의 소유권은 국가와 민간이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호치민시 과학기술국과 관련 부처는 현재 창립 투자자들과 협력해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2026년 3월 사업자 등록을 완료할 예정이다.
펀드의 투자 목표도 구체적이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50~150개의 혁신 스타트업과 과학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최소 50개의 신제품 또는 신기술 상용화를 지원한다. 또한 증시 상장이나 국제 M&A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기술기업을 최소 5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시드머니’ 메커니즘을 통해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자본 1단위당 민간 자본 2~3단위를 유치해, 펀드 총자본에서 민간 자본 비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펀드가 혁신 및 첨단기술 경제 부문의 호치민시 GRDP(지역내총생산) 기여도를 2030년까지 20~25%로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 우선 분야는 디지털 기술(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반도체 산업, 첨단 바이오 및 의료기술, 신소재, 재생에너지, 자동화, 로봇공학 등이다. 투자 대상은 혁신 스타트업, 과학기술 기업, 또는 기술 프로토타입이나 특허를 보유한 인큐베이션 프로젝트들이다.
호치민시의 이번 펀드 설립은 외국 자본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국내 자본 생태계를 구축하고, 시장 원칙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호치민시는 베트남 기술 산업의 성장 엔진 역할을 강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