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류 위주의 식단이 주를 이루는 베트남 쌀국수 시장에서 오로지 식물성 재료만으로 깊은 감칠맛을 구현해낸 하노이의 한 작은 채식 식당이 화제다. 7일 사이고니어(Saigoneer)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노이 골목 깊숙이 자리한 이 식당은 ‘퍼짜이(Phở Chay, 채식 쌀국수)’라는 단출한 메뉴 하나로 채식주의자는 물론 일반 미식가들의 발길까지 불러모으고 있다.
이 식당의 퍼짜이는 사골 대신 무, 당근, 사과, 버섯 등 갖은 채소와 과일을 장시간 우려낸 육수를 베이스로 한다. 육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피, 팔각, 정향 등 전통적인 쌀국수 향신료를 정교하게 배합하여 일반적인 소고기 쌀국수에 뒤지지 않는 풍부한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육수 표면에 살짝 감도는 기름기는 볶은 버섯과 특제 채소 기름에서 기인한 것으로, 채식 요리 특유의 가벼움을 보완하며 묵직한 바디감을 더해준다.
고명으로는 소고기 편육 대신 쫄깃한 식감의 말린 버섯과 노릇하게 구워낸 두부, 그리고 고기 질감을 살린 콩 단백질(유바)이 풍성하게 올라간다. 여기에 하노이식 쌀국수의 특징인 얇고 부드러운 면발과 신선한 쪽파, 고수가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완벽한 한 그릇을 완성한다.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매콤한 칠리소스나 라임 즙을 곁들여 자신만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식당 내부는 대여섯 개의 작은 테이블이 전부일 정도로 협소하지만,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는 주인의 진심이 공간 전체에 따뜻함을 더한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건강하고 맛있는 한 그릇’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이들의 경영 철학은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소박하지만 확실한 위로를 건넨다. 퍼짜이는 이제 단순한 채식 메뉴를 넘어 하노이 골목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슬로 푸드’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