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Column – 길고 긴 여행

일전에 베트남의 전승 기념일 준비로 호찌민이 한창 바쁘던 4월말경, 한국에서 형제 자매 6명이 베트남을 찾았다. 이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연령이 무려 60대 중반에서 80채 초반까지의 장년 층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으로 나갔던 꽃보다 할배라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베트남에서 실제로 열린 것이다. 그중 가장 젊은 막내(65세) 부부가 가이드를 맡는 것으로 하고 그 이로 60대 후반부터 80대 전반 할매, 할배를 데리고 4째가 살고 있는 베트남에 몰려왔다.

꽃보다 할매, 할배의 베트남 판이다.
이들을 맞아야 하는 필자와 집사람은 반가운 마음으로 미소가 피어나지만 심적으로 텐션이 장난이 아니다.한 15여년 전에는 주로 여자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모두 젊은 시절이라 별다른 애로사항없이 하노이 하롱베이까지 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다. 그 당시에 건강하게 활개치던 인사들이 이제는 나라가 인정하는 어르신 연령을 평균하여 10년이상 넘겼으니 뭔가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행은 언제나 설래긴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저 설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런 긴장감이 도착부터 해프닝을 부른다. 숙소는 베트남을 자주 다니는 막내가 알아서 넓직한 아파트 두채를 얻어서 준비해 두었으니 문제가 없지만, 6인의 방문자에 팔자부부를 포함하면 8인이 다녀야 하니 미니버스라도 불러야 할 판이다.

이런 저런 염려 속에 도착 당일 날 밤 10시에 도착하는 대한항공기가 도착한 것을 보고 연락을 해보니 무사히 도착은 했는데 법무 통관을 하는 라인이 너무 길어서 한시간 이상은 걸릴 듯한다더니 결국 2시간이 넘어서 나온다. 예의 베트남 공항 느긋한 시스템이 도착부터 노인네들 진을 빼놓는다. 이곳이 2시면 한국시간은 이미 새벽 4시다. 베트남 도착부터 이 여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날 최고령 누님이 몸상태가 안 좋다는 사인을 보낸다. 비행 전 음식에 체한 듯하지만 뭐 그런대로 하루 일정을 소화했는데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집사람에 누님을 돌보며 아파트 근처 인프라를 돌아보며 베트남의 변화를 맛보고 나머지 건강한 사람은 열심히 일정을 소화한다. 덕분에 필자 역시 오랜만에 이곳 저것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님만 멀리 가지 못하고 아파트 주변을 집사람과 유람하며 보내며 6일을 보내고 무사히 귀국실에 올랐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배웅을 하고 돌아오니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다 이국에서 손님을 맞고 난 후에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 감정이 더욱 깊은 것은 게스트가 바로 형제자매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함께 자란 형제 자매를 이국에서 맞았을 때 그 반가움이 큰 만큼 보내고 난 후에 남긴 허전함 역시 흔적이 깊다.

그런 허전함을 단번에 지워버릴 엄청난 뉴스가 뜬다. 결국 누님이 병원에 실려가고 중환자 실에 입원했다는 소리다. 이런 제장! 얼마나 심하길래 바로 중환자 실이래? 알지 못하던 지병이 이번 여행을 통해 밝혀진 듯하다. 83세의 할매가 입원을 한 것은 우리 형제자매에겐 엄청난 불안을 부른다. 온 가족이 누님을 쾌유를 빌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시간을 보름이나 보내고 난 후에 간신히 생환 소식이 들려온다. 누님이 집에 돌아와 주변을 산책하는 사진 한 장을 받아 보고 이제야 길고 긴 베트남 여행이 끝났다는 안도가 밀려든다.

정말 긴 여행이었다.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늙은 형제들의 여행을 통해 일어난 해프닝이지만, 이번 일을 통해 또 한편 감사하고 픈 일도 생겨났다. 늙은 나이에 새삼스럽게 형제간이 우애와 사랑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7 남매가 해방과 전쟁이 포함된 험한 시기를 보내며 자랐으니 서로 배려하며 살 수만은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금까지 별일 없이 가깝게 교류하며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애가 있는 형제라고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늘 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엇나가기 만 하는 것 같던 형제들이 누님의 병환에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서 기도를 올린다. 그 애절함에 울림이 있었는지 다행히 누님은 보름 만에 퇴원을 했다. 그리고 길고 긴 베트남 여행이 이제야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야 한숨이 놓인다. 이제서야 진정으로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 필자와 집사람 모두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여행 사람을 늘 설레게 만들지만,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절대 조건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여행은 언제나 끝나려나 모르겠다 30년 전에 시작된 베트남으로의 여행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이제는 고향이 어딘지 구분조차 안가는 길을 잃은 여행객이 되었다.
그래 언젠가는 나도 무사히 귀환하는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기로 하자. 아직 여행을 계속할 건강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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