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nfo – ‘상체의 스쿼트’ 턱걸이를 하자

어려워 보여도 등 · 팔 · 악력 개선 효과 탁월

아파트 단지 놀이터 한쪽에 철봉이 서 있다. 대개 아이들 차지다. 어른들은 그 앞을 지나치거나, 잠깐 매달려 보다가 이내 손을 놓는다.
철봉은 싸고 흔하다. 그런데 거기 매달려 몸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어른은 드물다. 처음 도전하는 사람 상당수가 몇 주 동안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한다. 운동 지도자들이 ‘하체에 스쿼트가 있다면 상체에는 턱걸이가 있다’고 말하는 이 운동을, 우리는 학창 시절 체력장 이후로 잊고 산다.

철봉 하나로 상체 근육 대부분을 쓴다

턱걸이의 주동근은 등 옆을 넓게 덮고 있는 광배근이다. 여기에 대원근과 능형근, 승모근 중하부, 어깨 뒤쪽 삼각근, 위팔의 이두근이 함께 일한다. 동작 내내 철봉을 움켜쥐어야 하니 전완근도 쉬지 않는다.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버티는 과정에서는 복부와 허리의 코어 근육까지 동원된다.
헬스장의 랫풀다운 기구로 대신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겉으로 보면 궤적이 비슷하다. 하지만 랫풀다운은 몸을 의자에 고정하고 손잡이를 끌어내리는 운동이고, 턱걸이는 손을 고정하고 몸 전체를 끌어 올리는 운동이다. 턱걸이 쪽이 몸통을 붙잡아 주는 보조 근육을 훨씬 많이 쓴다. 랫풀다운으로 자기 체중만큼 당기는 사람도 철봉 앞에서는 한 개를 못 하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물론 등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여럿 있고, 어깨나 팔꿈치에 부상이 있다면 기구 운동이 더 안전하다. 다만 턱걸이 한 종목이 하는 일을 다른 운동으로 채우려면 여러 종목을 묶어야 한다. 장비 값은 철봉 하나다.

악력 5kg 줄 때마다 사망 위험 16%↑

턱걸이를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손에 있다. 철봉에 매달려 버티는 것 자체가 악력 훈련이다. 악력은 단순한 손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연구가 있다. 2015년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실린 PURE 연구는 17개국 14만2,861명의 악력을 측정한 뒤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악력이 5kg 줄어들 때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16%,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17% 높아졌다. 악력은 수축기 혈압보다도 사망 위험을 더 잘 예측하는 지표였다.


다만 이는 연관성이다. 연구진 스스로도 근력을 키우면 실제로 사망률이 낮아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턱걸이가 수명을 늘려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근력이 건강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상체 근력을 관리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넓게 잡으면 등이 넓어진다”는 정말일까

턱걸이는 잡는 방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손등이 자신을 향하면 ‘풀업’,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면 ‘친업’, 손바닥끼리 마주 보면 ‘뉴트럴 그립’이다.
헬스장에서는 ‘넓게 잡으면 등 운동, 언더그립은 팔 운동’이라는 말이 오래 통했다. 연구 결과는 조금 다르다. 2010년 미국 근력·컨디셔닝 학회지(JSCR)에 실린 유다스(Youdas)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광배근 활성도는 풀업과 친업에서 거의 같았다. 뚜렷한 차이는 이두근 하나였다. 친업에서 훨씬 많이 쓰였다. 2017년 연구에서도 풀업이 뉴트럴 그립보다 중부 승모근을 더 쓰긴 했지만, 전체 근육 활성도는 그립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론은 단순하다. 그립에 집착할 필요 없이 번갈아 하면 된다. 초보자라면 이두근의 도움을 더 받는 친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너비는 어깨너비보다 조금 넓은 정도가 무난하다. 지나치게 넓게 잡으면 동작 범위가 줄고 어깨 부담이 커진다. 어깨너비 풀업이 다른 방식보다 어깨 충돌 위험이 낮았다는 연구도 있다.

팔이 아니라 등으로 당긴다

동작의 핵심은 순서다. 매달린 상태에서 곧바로 팔을 굽히지 않는다. 먼저 어깨를 귀에서 멀어지도록 끌어내리고 날개뼈를 아래로 모아 고정한다. 그다음 팔꿈치를 옆구리 쪽으로 끌어내린다는 느낌으로 턱이 철봉을 넘을 때까지 올라간다. 내려올 때는 떨어지지 말고 버티며 천천히 팔을 편다.
다리를 차거나 몸을 흔들어 올라가는 반동 턱걸이는 개수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근력 운동 효과는 떨어지고 어깨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정자세 턱걸이를 제대로 못 하는 상태에서 반동부터 익히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0개에서 1개까지, 다섯 단계

한 개도 못 하는 사람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운동 지도자들이 권하는 순서는 대체로 같다.

체중도 변수다.턱걸이는 자기 몸무게가 곧 운동 강도다. 같은 근력이라면 가벼울수록 유리하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식단 조절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첫 1개를 앞당기는 길이다.

석 달 해도 셋 중 하나

얼마나 걸릴까. 체중과 근력, 운동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참고할 만한 숫자는 있다. 2003년 대학생 연령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2주간 전신 근력 운동을 한 뒤 턱걸이 1개에 성공한 사람은 참가자의 3분의 1이었다. 석 달을 꾸준히 해도 모두가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한 개도 못 하던 사람이 석 달 만에 철봉 위로 턱을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력은 계단식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첫 1개가 된다.
장소 선택도 중요하다. 집에서 간편하게 하려고 문틀에 끼우는 간이 철봉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 제품은 문틀과 봉 사이의 마찰력에 기대 버티는 구조다. 체중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문틀이 하중을 못 견디면 봉째 떨어질 수 있다. 바닥에 세우는 거치형 철봉이나 공원, 학교 운동장, 피트니스센터의 고정식 철봉이 안전하다.
베트남처럼 덥고 습한 곳에서는 손에 땀이 차 미끄러지기 쉽다. 장갑을 끼면 악력 부담도 덜고 위생에도 낫다. 한낮보다는 아침이나 해 진 뒤가 좋다. 턱걸이는 한 개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운동이 된다. 1개가 2개가 되고, 2개가 5개가 되는 사이 등과 어깨, 손아귀가 함께 단단해진다. 하루 대부분을 책상과 스마트폰 앞에서 구부정하게 보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놀이터 철봉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30초만 매달려 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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