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관광산업 홍보에서 벗어나서…
‘베트남 사람 유치’ 를 노린다
지난 8월 27일부터 사흘간 호찌민시 사이공전시컨벤션센터(SECC · Saigon Exhibition and Convention Center) 에서 제20회 호찌민시 국제관광박람회(ITE HCMC 2026)가 열렸다. 주제는 ‘생동하는 연결, 세계로 향하는 여행지(Vibrant Connections – Global Destinations)’.
문화체육관광부와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의 지도 아래 베트남 국가관광청과 호찌민시 관광국이 공동 주관하는, 베트남에서 가장 큰 관광 무역전시회다.

210개에서 520개로, 20년의 기록
숫자만 놓고 보면 성장 곡선이 뚜렷하다. 2005년 출범 이후 초기 몇 해 동안 ITE는 전시업체·브랜드 210개, 18개국 바이어 120명, B2B 상담 3,200여 건 규모였다. 올해는 전시업체·브랜드 520개 이상, 40여 개국에서 온 고위급 해외 바이어 260명, 사전 예약된 B2B 상담 2만 1,000건 이상으로 발표됐다. 상담 건수만 스무 해 만에 여덟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베트남 34개 성·시가 참가했고 해외 언론 60여 곳이 현장을 찾았다. ITE는 2024년과 2025년 두 해 연속 월드 마이스 어워즈(World MICE Awards)에서 ‘아시아 최고 무역전시회’로 선정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이 행사의 성격이다. 박람회 기간에 메콩 소지역 협력체제 틀 안에서 관광장관회의가 세 차례 열렸고,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CLV) 3국 관광장관회의는 개막 전날인 8월 26일 오후에 개최됐다. 상업 전시회에 장관급 회담이 붙어 있는 구조. ITE가 단순한 판촉 행사가 아니라 정부가 운용하는 외교·정책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 현장 스케치 – 개막 첫날 또는 마지막 날 전시장 분위기, 입장 대기 줄, 통로 밀집도 등 직접 보신 *
한국관광공사, 90㎡ 공간에 경기·제주와 함께
한국관광공사(KTO) 베트남지사는 이번 박람회에 약 90㎡ 규모의 공간을 마련했다. 경기관광공사와 제주 관광진흥 담당자가 함께 부스를 꾸렸다. 조직위가 공개한 국가관광기구(NTO) 참가 명단에는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맨 앞에 올랐고, 말레이시아·태국·라오스·캄보디아·부탄·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니카라과 등의 관광진흥기관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 전시장에는 시장이 두 개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관광박람회라고 하면 보통 ‘외국인을 우리나라로 불러들이는 자리’를 떠올린다. 실제로 베트남 34개 지자체가 자기 관광지를 팔러 나온 것도 사실이다.
올해 8개월 누적 베트남 방문 외국인은 1,59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4.4%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연간 목표는 2,500만 명이다.

그런데 같은 전시장에서 한국·일본·태국·부탄·러시아는 정반대 방향의 장사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에게 자기 나라를 파는 것이다. 화살표가 양방향으로 흐르는 전시장. 이것이 ITE HCMC 2026의 실제 모습이었다.


일본, 스위스, 러시아, 부탄등 세계 각국 부스 모습 ▲
왜 다들 베트남의 지갑을 노리나
이유는 통계에 있다. 2024년 베트남 국민의 출국자 수는 530만 명이었다. 그런데 2025년 1분기 한 분기에만 268만 명이 출국해 전년 동기(123만 명)의 두 배를 넘겼다. 2024년 내내 분기당 120만~150만 명 수준이던 흐름이 갑자기 꺾여 올라간 것이다.
돈은 이미 나가고 있다. 2024년 베트남의 관광서비스 수입액은 125억 7,000만 달러로 수출액 121억 9,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베트남 사람이 해외에서 쓴 돈이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쓴 돈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목적지 국가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지갑인 셈이다.
개별 시장 수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6년 상반기 한국을 찾은 베트남 관광객은 29만 9,65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일본은 2026년 3월 한 달에만 약 9만 2,000명을 받아 전년 동월 대비 43.5% 급증하며 월간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5년 베트남은 캄보디아의 최대 송출 시장이었다.
여기에 MICE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번 박람회 고위급 관광포럼에서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회의·포상관광 목적의 여행객은 항공·숙박·교통·식음료·쇼핑을 동시에 소비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3~6배 더 지출한다.
무기는 비자와 지방공항
각국이 들고 나온 카드는 놀랄 만큼 비슷했다. 한국의 경우 2026년 3월 말부터 베트남 국민 복수비자 발급 대상을 확대해 사안에 따라 5년 또는 10년 유효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관광공사는 김해(부산)·청주·대구·양양·제주 등 지방공항 노선망을 베트남 여행사와 항공사에 소개했다.
박은정 한국관광공사 베트남 지사장은 복수비자 정보 확산과 지방공항 연결 확대가 베트남 여행객이 겪는 여정상의 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가 달라졌다는 신호다. ‘더 많이 오게 하기’에서 ‘더 여러 지역에, 더 자주 오게 하기’로. 서울과 제주 같은 유명 거점에만 몰리는 구조를 깨고 체류 기간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부스에서 금융사와 여행체험 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목적지 홍보에서 여정 전 단계 지원으로 넘어가고 있다.

남는 질문
호찌민시 입장에서 이 판을 깔아주는 이유도 분명하다. 관문 도시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아웃바운드 셀러를 불러야 국제 바이어도 온다. 시가 롱탄 국제공항을 묶어 MICE 거점화를 노리는 상황에서, 지출이 3~6배 큰 비즈니스 여행객은 놓칠 수 없는 대상이다. 베트남은 2026년 7월 태국을 제치고 동남아 2위 상업항공 시장이 됐다. 노선은 왕복이라 편도 수요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다만 통계를 그대로 읽으면 곤란한 지점이 있다. 베트남 시장은 유학·기능실습·친지방문 인원이 많고 이들도 입국 통계에 함께 잡힌다. 출국자 급증을 곧바로 ‘관광 붐’으로 옮기면 과장이 된다. 국내 여행업계에서 해외 패키지는 잘 팔리는데 국내 투어는 손님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흐름의 그림자다.
적자 폭 자체는 좁혀지고 있다. 2025년 1분기 관광서비스 수출은 42억 달러로 수입 34억 달러를 앞섰다. ‘베트남 돈이 새나간다’는 단순한 프레임은 최신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
스무 해 전 210개 부스로 시작한 전시회가 520개 규모로 커지는 동안, 이 행사의 성격도 바뀌었다. 베트남을 팔던 자리에서 이제는 베트남을 사려는 나라들이 더 분주해 보인다.
씬짜오가 함께 운영합니다 — 베트남 살이 실전노트 비자·환전·교통 실전 정보·vnkorlife 업소록·구인·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