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우수한 학력을 갖춘 청년들조차 수백 곳에 입사 지원서를 내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MBA(경영학 석사) 취득 후 불과 두 달 만에 500곳에 지원서를 낸 샬럿 브릭스(Charlotte Briggs)는 3년간의 노력 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경력 부재를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대학 졸업장만으로 충분했던 자리를 지금은 열 배 더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영국 국가통계청(ONS·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에 따르면 런던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2.5%에 달하며, 전국 평균도 16.1%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에서만 2025년 4분기 청년 실업자가 약 12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2,000명 늘었으며, 런던 전체 실업률은 7.6%로 전국 평균 5.2%를 크게 웃돌았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Public Policy Research Institute) 아브니 모르자리아(Avnee Morjaria) 부소장은 “서비스업과 소매업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청년 채용 비용 상승으로 신규 졸업자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보유한 테오 달 포조(Theo dal Pozzo·23)도 500곳 이상에 지원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는 “구직자들은 인공지능(AI)으로 이력서를 쓰고, 기업은 AI로 서류를 걸러낸다. 이런 환경에서 눈에 띄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호텔관광협회(British Hotel & Tourism Association)는 2024년 말 이후 운영 비용 급등으로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했다.
취업난은 정신 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선단체 쇼트러스트(Shaw Trust) 트리나 로든(Trina Rodden) 대표는 “청년들의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으며, 불안과 고립감을 호소하거나 방 안에 틀어박혀 외부와 단절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3개 국어를 구사하는 하딜 하이다르(Hadil Haidar·22)는 70곳 이상에 지원하고 전단지까지 배포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코로나19(COVID-19) 봉쇄로 인턴십 기회와 직장 적응 훈련을 빼앗긴 우리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에 런던시는 청년 양질의 일자리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1억4,700만 파운드(£) 규모의 직업 훈련 및 취업 장벽 해소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중앙 정부도 장기 실업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3,000파운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20만 개 일자리 창출에 약 10억 파운드를 투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실업 경험이 방치될 경우 해당 세대의 소득과 건강에 평생 지속되는 상흔을 남길 수 있다”며 신속한 정책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