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철강 기업 호아팟(Hoa Phat) 그룹의 쩐 딘 롱(Tran Dinh Long) 회장은 평소 팜 티 킴 오안(Pham Thị Kim Oanh) 재무본부장을 두고 “보수적이고 융통성이 없다”고 평하곤 했다. 하지만 롱 회장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전권을 맡기는 인물 역시 오안 본부장이다. 최근 호아팟 그룹의 농업 부문 자회사인 HPA의 성공적인 상장 배후에는 10년 넘게 호아팟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온 오안 본부장의 치밀함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현지 경제계에 따르면, 오안 본부장은 제1회 호아팟 어워즈에서 경영 관리 부문 우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007년 프로젝트 재무 전문가로 입사해 2016년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오른 그는 회계, 주주 관계, 자금 조달 등 그룹의 안살림을 도맡아왔다. 원칙 중심의 엄격한 업무 처리 방식 때문에 내부에서는 까다롭다는 평도 듣지만, ‘숫자에는 티끌만큼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호아팟의 대외 신뢰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그의 역량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롱 회장은 그에게 “6개월 안에 농업 부문 계열사(HPA)를 증시에 상장시키라”는 특명을 내렸다. 통상적인 상장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이었지만, 오안 본부장은 재무본부와 법무팀, 자문사인 비엣캡(Vietcap)을 진두지휘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수개월간 야근을 자처하며 연결 재무제표와 투자설명서를 직접 검수한 끝에, 한 달 만인 9월에 기업공개(IPO) 승인을 이끌어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2월 6일, HPA 주식 2억 8,500만 주가 호찌민 증권거래소(HOSE)에 정식 상장됐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12조 동(약 6,500억 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3월 11일 종가 기준 주가는 4만 동 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무본부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호아팟 재무팀은 보고서 공시와 주주 관계 관리에서 만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여신 한도를 16조 동까지 확대하며 대규모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실탄을 확보했다.
현지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역설적으로 재무 담당자에게는 최고의 찬사”라며 “철강 왕 쩐 딘 롱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을 오안 본부장의 치밀한 재무 전략이 뒷받침하면서 호아팟이 거대 재벌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