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도입 이후 37년간 유지되어 온 IELTS 종이 시험(Paper-based)이 2026년 중순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서 공식 퇴출된다. 9일 IELTS 글로벌 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컴퓨터 시험(Computer-delivered) 응시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결과 통보의 신속성, 그리고 한 과목 재시험(OSR) 기능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지필 고사 형식을 전면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IELTS 측은 컴퓨터 시험으로의 완전 전환이 시험 구조나 성적 평가 기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손글씨를 선호하는 응시자들을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쓰기(Writing) 영역에 한해 종이 답변 작성을 허용하는 선택지를 유지할 방침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이와 컴퓨터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성적의 일관성과 신뢰도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많은 응시자가 손글씨 환경에서 더 편안함과 자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지필 시험을 둘러싼 해킹 및 부정행위 논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등지에서 지필 시험 문제 유출 및 가짜 성적표 유통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시험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에서도 지난 2022년 4개 영역 문제 세트가 1억 동이 넘는 가격에 암시장 등에서 유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작년 7월 운영상의 이유로 지필 시험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컴퓨터 시험 역시 기술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23년 8월부터 2025년 9월 사이 발생한 시스템 오류로 전 세계 약 6만 3,000건의 컴퓨터 시험 성적이 사후 조정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중 93%에 달하는 5만 9,000여 건의 성적이 상향 조정되었으며, 피해 응시자들에게는 환불이나 무료 재시험 기회가 부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ELTS는 보안성 강화와 전 세계적인 표준 유지를 위해 컴퓨터 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베트남을 포함해 한국, 태국, 캐나다 등 최소 27개국이 이미 지필 시험 중단을 발표했거나 시행 중이다. IELTS는 시각 및 청각 장애인 등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응시자들을 위해 점자 시험이나 대활자본 제공 등 기존의 지원 조치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지필 시험 폐지 이전에 취득한 성적은 기존 규정대로 2년간 유효하며, 응시자들은 각국 별로 상이한 상세 전환 로드맵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