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와 국방 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가격이 최근 급등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일본을 겨냥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핵심 광물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자원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현지 경제 매체 카페에프(CafeF)는 영국 아구스 미디어(Argus Media)의 자료를 인용해 전기차 모터용 자석의 핵심 원료인 디스프로슘(Dysprosium) 가격이 최근 kg당 960달러까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테르븀(Terbium) 역시 kg당 4천 달러에 육박하며 2015년 집계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의료 기기와 LED 등에 사용되는 이트륨(Yttrium)과 국방 레이더용 갈륨(Gallium) 가격 또한 최근 몇 주 사이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규제 강화에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 초부터 일본을 대상으로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 통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수출 제한을 잠시 유예하며 가격 안정을 꾀했으나,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불거지자 희토류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을 우려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재기’ 현상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구스 미디어 관계자는 “공급망 단절 가능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서둘러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국방 및 첨단 가전 분야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반면 공급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도 전 세계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와 친환경 산업 성장이 희토류 수요를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다이이치 생명 경제연구소의 요시키요 시마미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안보 위기와 탄소 중립 흐름이 지속되는 한 희토류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을 비롯한 희토류 보유국들이 중국의 독점을 견제할 대안 공급망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