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메콩델타(Mekong Delta) 지역에 속속 들어서는 신규 고속도로들이 이동 시간을 단축하고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수천 년간 이어온 이 지역 특유의 수로 중심 문화와 공동체 결속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고고학자 응우옌 티 허우(Nguyen Thi Hau) 박사는 최근 “인프라 현대화가 지역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비용을 치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메콩델타(Mekong Delta)의 삶은 전적으로 강과 수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로는 농업을 위한 생명줄이자 무역과 통신, 일상생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수상 시장과 강변 마을, 전통 공예 공동체, 종교 유적지가 어우러진 이 독특한 문화 생태계는 속도는 느리지만 깊은 공동체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등장은 이러한 사회적 직조를 재편하고 있다. 과거 배를 타거나 국도를 이용할 때는 마을과 마을을 거치며 자연스러운 만남과 교류가 발생했지만, 논밭을 가로지르고 마을을 우회하는 고속도로는 이동 중 발생하는 우연한 만남과 소속감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특히 현대적인 교량이 나룻배와 페리를 대체하면서 강변의 작은 시장이나 노점 식당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도 끊기고 있다.
물류 환경의 변화 역시 문화적 침식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럭을 이용한 대량 고속 운송이 가능해지면서 대형 마트와 쇼핑몰이 확장되는 반면, 소규모 수로 무역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허우 박사는 이를 두고 “단순한 경제적 진보를 넘어 강변의 삶에 깃든 기억과 문화적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물론 도로망 확충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분명하다. 경제 허브와의 연결이 빨라지면서 농산물 유통 효율이 극대화됐고, 투자 유치와 관광 산업 활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인프라가 기존의 문화·사회적 구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메콩델타(Mekong Delta)를 위해 수로 기반의 경제·문화 공간을 보존 및 재활성화하는 동시에, 지역 유산과 연계된 새로운 관광·상업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적인 도로 시스템과 전통적인 수로를 결합한 균형 잡힌 접근만이 이 지역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우 박사는 “고속도로를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가 아닌 광범위한 문화 생태계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며 “도시 계획가, 문화 전문가, 사회학자,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협력할 때만이 메콩델타(Mekong Delta)가 경제적 성장과 문화적 깊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