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에서 프랑스 해운사 소속 화물선이 이란의 승인을 받은 새로운 경로를 통해 안전하게 통과했다. 4일(현지시간) 선박 운항 데이터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CMA CGM 그룹 소속의 몰타 국적 화물선 크리비(Kribi)호가 지난 2일 오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걸프 해역을 벗어났다.
이번 통항은 지난 3월 1일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해협 인근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유럽 대형 해운사 선박으로는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다. 3일 오전 오만(Oman) 무스카트(Muscat) 인근 해상에 도착한 크리비호는 선박 자동식별장치(AIS)에 목적지 대신 프랑스 소유주(French Owner)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며 통과했다.
특히 해당 선박은 이란 영해 내에 새로 설정된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 전문지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가 테헤란 톨게이트(Tehran Tollgate)라는 별칭을 붙인 이 경로는 이란 당국의 승인을 받은 선박들이 이용하는 일종의 안전 통로다. 전문가들은 이란 해안에 인접한 라락(Larak)섬 주변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 최소 두 척 이상의 선박이 통행료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동 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대부분 이란과 관련이 있거나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계된 선박들이었다.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통제권을 행사하며 적대국에 대해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걸프 해역에는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으로 약 1,000여 척의 화물선이 고립되어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약 130척의 선박이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으나, 이는 전쟁 이전 수준의 일일 통동량에 불과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일 호르무즈 해협이 적대국들에게는 여전히 폐쇄된 상태임을 재확인했다.
미국 측의 반응도 변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당초 이란이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공격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최근 발언에서는 미국이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프랑스 선박의 통과 사례가 해협 내 안전 운항의 새로운 전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