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전공이면 취업 걱정 없다’는 오랜 통념이 베트남에서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신규 개발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외면받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호찌민시(Ho Chi Minh City) IT 전공 최종 학기 재학생 응우옌탄(Nguyen Thanh)은 졸업 후 IT 업계 진출을 포기하기로 했다. 2학년 때부터 무급 인턴을 포함해 세 곳의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으나,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업체에서 하루 8시간 근무에 5만 동(VND)짜리 급식비를 받으며 5개월을 버틴 끝에 월 600만 동으로 급여가 올랐다. 정규직 전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구직 활동에서 월 1,000만∼1,200만 동 수준 채용 공고 대부분이 AI 역량을 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었다. 그는 “지금 IT 시장은 나처럼 기본 코딩만 아는 평범한 사람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호찌민시 주요 공과대학 조사 결과 최근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컴퓨터공학 전공자 10명 중 6명이 아직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플랫폼 잡오코(JobOKO)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10월 IT 분야 채용 공고 건수가 전년 대비 16.9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채용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하노이 페니카대학교(Phenikaa University) 정보시스템학과 찐탄빈(Trinh Thanh Binh) 학과장은 “시장에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맞는 사람이 부족하다.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접근이 쉬운 일자리에서 경쟁이 치열한 일자리로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릭케이소프트(Rikkeisoft) 판만단(Phan Manh Dan) 인사 총괄 임원은 “입사 요건을 충족하는 지원자 비율이 2년 전 대비 20∼30% 감소했다”며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 요구를 이해하고 제품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NG코퍼레이션(VNG Corporation) 쩐쑤언응옥타오(Tran Xuan Ngoc Thao) 인사 총괄 임원도 “학위나 직함보다 실전 역량과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강조한다. 호찌민 베트남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University of Science, Vietnam National University, HCMC) 응우옌반부(Nguyen Van Vu) 정보기술학부 부학장은 “베트남은 신기술 도입이 타국보다 늦은 편이라 대기업들이 아직 AI를 안정성·보안 이유로 조심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산업 전체가 AI 물결에 휩쓸리기 전에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조언했다.
하노이 FPT대학교(FPT University) IT 전공 최종 학년 쯔엉지앙(Truong Giang)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고급 소프트웨어 테스팅 역량 습득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AI를 피할 수는 없다. AI가 아직 갖지 못한 역량을 쌓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