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원로 경제학자 팜찌란(Pham Chi Lan) 전 베트남상공회의소(VCCI) 부회장이 도이머이(Doi Moi) 이후 40년간 베트남 민간 기업의 변화를 짚으며 “이제 베트남 기업이 자국 땅의 주인이 될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도이머이 초기 1세대 기업인들과 현세대의 가장 큰 차이로 기업 마인드의 전환을 꼽았다. “1세대는 먹고살기 위해 사업을 했다. 낀도(Kinh Do) 창업자 형제는 처음에 제과업체에 밀가루를 배달하다 작은 공장을 열었고, 타이투안(Thai Tuan) 섬유 창업자도 직물 운반부터 시작했다. 씨엔롱(Thien Long) 볼펜 창업자도 볼펜 잉크를 채우는 일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늘날의 젊은 기업인들은 ‘고글로벌(go global)’을 기본 전략으로 삼는다. 팜찌란은 “아세안(ASEAN), 미국과의 무역협정,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7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내수 시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터가 됐다”며 “이제 베트남 기업들도 제품·아이디어·사업 모델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의 제68호(Resolution 68)를 통해 민간 경제가 공식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은 것도 큰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총리가 빈그룹(Vingroup), 호아팟(Hoa Phat), 쯔엉하이(Truong Hai) 등 대형 민간 그룹을 불러 남북 고속철도(North-South High-Speed Railway)를 비롯한 대형 국가 인프라 사업 참여를 제안한 것은 베트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종전에는 이 같은 사업이 국영기업이나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 혹은 공적개발원조(ODA) 제공국 건설사에게만 맡겨졌다.
팜찌란은 빈그룹이 부동산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서도 공정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이머이 초기에는 민간 기업이 제조업이나 기술 분야에 진입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외국 기업들은 복잡한 토지 사용 제도를 꺼렸고 국영기업들도 관심이 없었다. 결국 그 틈이 민간에게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재벌(chaebol)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대기업들도 부동산을 자본 축적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점을 들며, 부동산은 어디까지나 도약을 위한 징검다리였다고 강조했다.
빈패스트(VinFast) 출범에 대해서는 “팜년브엉(Pham Nhat Vuong) 회장이 자동차 제조의 어려움을 몰랐던 게 아니라 민족적 자부심을 걸고 도전한 것”이라며 전 BMW·메르세데스(Mercedes) 출신 보꽝후에(Vo Quang Hue) 전 보쉬(Bosch) 베트남 대표가 연봉이 아닌 민족적 비전에 이끌려 합류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후에 씨가 설명해줬다. 팜년브엉이 가진 민족적 열정에 설득됐다고.”
팜찌란은 “베트남이 진정으로 도약하려면 외국 기업에게 계속 의존할 수 없다. 이제는 베트남인이 자국 땅 위의 공사를 직접 주도해야 할 시대”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