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 하노이의 풍경을 상징해온 노후 집합주택(Tap the)들이 붕괴 위험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수십 년간 쌓아온 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채 위태로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2일 현지 매체 뚜오이쩨(Tuoi Tre)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도심 곳곳에 위치한 구소련 방식의 저층 공동주택들은 현재 심각한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외벽은 벗겨지고 철근이 드러난 지 오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노이의 집합주택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가 공무원과 노동자들에게 배정되었던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좁은 복도와 공유 주방, 화장실을 함께 쓰며 형성된 독특한 공동체 문화는 하노이 특유의 ‘이웃 사촌’ 문화를 만들어냈다. 주민들은 비록 비가 새고 전선이 뒤엉킨 열악한 환경이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인간적인 유대감 때문에 이곳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노이시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대대적인 재개발 및 이주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보상 문제와 재정착 지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덧대어 만든 소위 ‘호랑이 창살’ 발코니는 건물의 구조적 안전을 더욱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도시 전문가들은 하노이의 노후 주택 정비가 단순한 철거와 신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한 건축가는 “집합주택은 하노이 현대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유산”이라며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공동체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며 현대화할지가 하노이 도시 재생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콘크리트는 바래고 부서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삶의 기억과 하노이의 정체성은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