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최고 부호 반열에 오른 억만장자들 중 상당수가 동유럽에서 ‘라면 사업’으로 초기 자본을 모아 귀국 후 거대 기업을 일궜다는 공통된 성공 경로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달러화 기준 억만장자가 8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들 중 3명이 동일한 ‘동유럽발 성공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베트남 경제 매체 카페에프 보도에 따르면, 포브스(Forbes)의 최신 억만장자 순위 결과 베트남은 기존 5명에서 팜 투 흐엉(빈그룹 부회장), 팜 투이 항(빈그룹 부회장), 응오 치 중(VP은행 이사회 의장) 등 3명이 새롭게 합류하며 총 8명의 억만장자를 보유하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의 약 37%에 해당하는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 응우옌 당 꽝 마산그룹 회장, 응오 치 중 VP은행 의장 등 3명이 모두 동유럽에서 라면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 최대 부호인 팜 녓 브엉 회장은 1990년대 우크라이나에서 ‘테크노콤’을 설립해 라면 브랜드 ‘미비나(Mivina)’로 현지 시장을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후 그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베트남에 돌아와 부동산과 관광 산업에 투자하며 빈그룹을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으로 키워냈다. 응우옌 당 꽝 회장 역시 러시아에서 라면과 소스 등 식품 사업을 시작해 마산그룹을 설립했으며, 현재 베트남 소비재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새롭게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응오 치 중 의장 또한 동유럽파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90년대 러시아에서 라면 사업에 뛰어들어 응우옌 당 꽝 회장 등과 함께 초기 마산그룹의 기틀을 닦았으며, 이후 금융업으로 눈을 돌려 VP은행을 베트남 최고의 민간 상업은행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동유럽의 체제 전환기라는 특수한 기회를 포착해 생필품 사업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귀국 후 부동산과 금융 등 핵심 산업을 선점하는 방식이 이들의 공통된 성공 공식이었던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들 ‘동유럽파’ 기업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베트남의 현대적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들여온 선진적인 경영 기법과 대규모 자본은 베트남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되었다. 베트남 재계 관계자는 “동유럽에서의 고전적인 성공 시나리오가 오늘날 베트남을 대표하는 거대 기업들의 뿌리가 되었다는 점은 베트남 경제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대목”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