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에 예치된 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관계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23일 에마누엘 묀히(Emanuel Monch)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전 연구부장은 “현재 지정학적 상황에서 대량의 금을 미국에 예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해 보인다”며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략적으로 더 자주적이 되기 위해 분데스방크는 이 금을 국내로 회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금 보유국으로 총 가치는 약 4천500억 유로(5천32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분데스방크에 보관돼 있고, 12%는 세계 금 거래 중심지인 런던의 영란은행에 있다. 나머지 37%인 1천236t(1천640억 유로 상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고에 보관 중이다.
분데스방크는 보관 중인 금을 정기적으로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Stefan Kornelius) 독일 정부 대변인은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 내각이 금 회수를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묀히는 금 회수를 지지하는 많은 독일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이러한 조치가 유럽 최대 경제국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대미 의존도 감축 목표와 완전히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및 유럽 납세자협회 회장 미하엘 예거(Michael Jager)는 베를린이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 계획이 극도로 주의해야 할 신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며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래서 독일의 금이 더 이상 Fed 금고에서 안전하지 않다. 트럼프가 여전히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분데스방크가 자국 금에 접근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금 보유고를 국내로 회수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예거는 지난해 분데스방크와 재무부에 “우리 금을 집으로 가져오라”고 촉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과거에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만 금 회수를 정기적으로 언급했지만, 이 주제는 독일 정치권에서 점점 더 많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야당 녹색당 소속 카타리나 베크(Katharina Beck) 의원은 금이 “안정과 신뢰를 위한 중요한 닻이며 지정학적 분쟁의 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회수를 지지했다.
그러나 독일 최고 경제학자 중 한 명인 경제연구소(IFO) 클레멘스 푸에스트(Clemens Fuest) 소장은 이 제안에 반대했다. 그는 미국에서 금 보유고를 회수하는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현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요아힘 나겔(Joachim Nagel) 분데스방크 총재는 2025년 10월 Fed에 예치된 독일 금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재정정책 대변인 프라우케 하일리겐슈타트(Frauke Heiligenstadt)는 미국 보관 금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만 공황 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독일의 금 보유고는 매우 합리적으로 배분돼 있다. 금의 절반이 프랑크푸르트에 보관돼 있어 독일은 모든 상황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독일, 유럽, 미국이 항상 긴밀한 재정 정책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뉴욕에 금의 일부를 보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