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50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전선 상황이 지난 10개월을 통틀어 가장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발표를 통해 지난 3월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시도를 저지했다고 밝히며 이같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영국의 정보기관 자료를 인용해 “전선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지만 지난 10개월 중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주 초 미국 측 협상가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3월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전쟁 발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주춤해졌다는 AFP 통신의 분석과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세는 여전히 거세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3일 새벽부터 400대가 넘는 무인기(UAV)와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유리 이나트(Yurii Ihnat)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Tu-95, Tu-160MS 폭격기와 MiG-31 전투기 등을 동원해 키이우(Kyiv)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인접국인 폴란드(Poland)는 접경 지역의 안전을 우려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베리아(Siberia) 지역에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야르스(Yars)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동 훈련을 실시하며 서방에 대한 핵 억제 신호를 보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에서 1,400km 떨어진 러시아 바슈네프티-노보일(Bashneft-Novoil) 정유공장을 공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총참모부가 밝혔다. 이에 러시아 측은 하룻밤 사이 우크라이나 드론 192대를 격추했다고 맞받았다.
해상에서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용 그림자 함대(shadow fleet)가 도마 위에 올랐다. 스웨덴 해안경비대는 발트해(Baltic Sea) 고틀란드(Gotland)섬 인근에서 약 12km에 달하는 기름띠를 형성하며 해양 오염을 일으킨 혐의로 러시아 측 유조선 플로라 1(Flora 1)호를 나포했다. 칼-오스카 볼린(Carl-Oskar Bohlin) 스웨덴 민방위부 장관은 노후하고 보험 처리가 불확실한 러시아 그림자 함대가 환경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1,500일을 맞은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 신호 속에 전선을 사수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중 공격과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인해 소모전 양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핵 훈련과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 공습이 지역 정세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