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명문 멜버른 대학교에서 신경외과 의사를 꿈꾸던 베트남 유학생이 여성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저질러 세 번째 법정에 섰으나, 이번에도 실형을 면해 현지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7일 호주 연합통신(AAP) 등 외신에 따르면, 멜버른 치안법원은 지난 13일 성폭력 범죄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인 카오 바오 푹(23)에게 유죄 판결 기록 없이 12개월의 선행 준수 조건부 석방령을 내렸다.
카오는 2025년 2월 멜버른 도클랜즈의 한 키즈 카페 여성 화장실에 잠입해 옆 칸의 여성을 아이폰으로 몰래 촬영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당시 피해 여성은 칸막이 벽 근처에서 촬영 중인 휴대폰을 발견하고 즉시 보안 요원에게 알렸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 칸 안에 숨어있던 카오를 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카오는 여성 화장실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불확실해서 그랬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카오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기기에서는 100개가 넘는 관음증적 영상과 수백 장의 사진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최대 150명의 여성이 본인도 모르게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미 2025년 5월에도 멜버른 도심의 학생 숙소 샤워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 참여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세 차례나 유죄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관대한 처분을 내리자 호주 내 여론은 들끓고 있다. 반폭력 운동가인 셰렐 무디는 “의미 있는 처벌이 내려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이 더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며 사법부의 판결을 강력히 비판했다. 멜버른 대학교 측은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카오의 재학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으나,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예비 의사인 카오가 지극히 반사회적인 범죄를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분이나 학업 지속 가능성 등을 이유로 법원이 관용을 베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호주 시민사회는 공공장소에서의 안전할 권리가 침해된 이번 사건의 판결 결과에 대해 대규모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