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발발 12일째를 맞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세 가지 구체적인 조건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13일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및 파키스탄 정상과 논의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란의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번 충돌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 인정, 피해 배상, 그리고 향후 공격을 막을 확고한 국제적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지도부가 전쟁 종식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지난 2월 28일 교전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수뇌부의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같은 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혈맥’으로 불리는 카르그섬을 포함해 페르시아만의 어떤 섬이라도 공격한다면, 우리는 모든 억제 조치를 포기하고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는 최근 미국 측에서 중동 분쟁 격화에 대응해 카르그섬 점령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전쟁이 거의 끝점에 도달했다”며 낙관론을 펼쳤으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피에르 라주 지중해 전략 연구재단 소장은 “미국이 원한다고 해서 전쟁이 즉각 멈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적 교훈을 무시한 오판”이라며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리 세력을 동원한 장기 소모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란 군당국은 지난 11일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내 미국 경제 이익을 직접 타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에 있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 기업의 사무실을 잠재적 타격 목표로 지목했다. 이미 지난주 아랍에미리트 내 아마존 데이터 센터 두 곳이 드론 공격을 받아 중동 일부 지역의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쟁으로 이란 내에서만 약 2,0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는 미증유의 혼란에 빠져 있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중동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