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弗 찍고 30% 급락… ‘광란의 1월’ 뒤 엄습한 공포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5,594.8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1년 전 2,600달러대였던 금값이 두 배 이상 치솟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30일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5,156.64달러까지 4% 이상 급락했고, 은값은 30% 가까이 폭락하며 1980년 이후 46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시장 변동성 억제를 위해 금 선물 증거금을 8%, 은 선물 증거금을 15% 긴급 인상했다. 이는 개인·소규모 기관들의 대규모 강제 청산을 촉발했고, 귀금속 시장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2026년 2월 3일 현재, 금값은 온스당 4,700~4,80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정점 대비 15% 가까이 빠진 상태다. 국내 금값도 1돈(3.75g)당 94만원대를 찍었다가 현재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시세 매입가 78만원대로 후퇴했다.
폭등의 해부 – 46년來 최대 상승폭
1년새 두 배… 안전자산 쏠림 현상
국제 금값은 2025년 한 해 동안 64.4% 상승했다. 1979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연간 상승률이다. 2024년 말 온스당 2,641달러였던 금값은 2025년 말 4,341달러로 치솟았고, 2026년 1월엔 5,594달러까지 급등했다.
무엇이 금값을 이토록 끌어올렸나.
덴마크 투자은행 색소뱅크(Saxo Bank)의 원자재 책임자 올레 한센(Ole Hansen)은 “이번 금 가격 상승은 대부분 우려에 기반한 것”이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는 미국 정치 상황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많은 정책 입안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책의 충격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금값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가 시장 불안을 키웠다.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 위협, 그린란드 관련 발언, 베네수엘라 군사 캠페인, 그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 등이 잇따랐다.
특히 파월 의장이 연준 청사 개보수 관련 위증 혐의로 연방 검찰의 소환장을 받았다는 소식은 금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 불거진 것이다.
‘화폐 가치 하락 거래’ 본격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금이 이른바 ‘화폐 가치 하락 거래(Currency Debasement Trade)’의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방만한 재정 지출,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제도적 규범의 침식을 우려해 정부 채권과 달러를 팔고 금으로 피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탈(脫)달러’ 가속
금값 상승의 또 다른 축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5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액 비중(24%)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채 보유액 비중(23%)을 추월했다. 스태티스타는 “외화 보유가 달러화 표시 증권에서 실물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 나타샤 카네바(Natasha Kaneva)는 중앙은행들이 2026년에도 약 755톤의 금을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을 0.01%p 늘릴 때마다 금 가격은 약 1.4%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시아 투자자들의 부상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아시아태평양 이사 판샤오카이(Pan Xiaokai)는 “2012년에는 구매력이 주로 서구 투자자들에게서 나왔지만, 2026년에는 더 많은 시장과 참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자본 흐름의 세계화가 2026년의 금 시장을 2012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아시아 기반 금 ETF의 금 보유량은 460톤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전 세계 금 ETF는 현재 4,000톤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6,5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다. 2025년 4분기 중국 화안이푸(Huaan Yifu) 금 ETF의 자금 유입액은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 플래그십 펀드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폭락의 충격 – 케빈 워시 지명이 바꾼 판도
1월30일, 귀금속 시장의 ‘블랙 프라이데이’
금값이 정점을 찍은 지 불과 하루 만인 1월 30일, 시장엔 충격파가 몰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 선물 가격은 8.2% 급락했다. 은 선물 가격은 36% 폭락하며 198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워시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정통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그의 지명은 시장이 기대하던 ‘연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 완화도 영향
투자자문사 야르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의 에드 야르데니(Ed Yardeni) 대표는 최근 매도세가 부분적으로 미국 예산 긴장 완화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합의에 도달하면서 불안 심리가 일부 해소됐다는 것이다.
야르데니 대표는 “놀라운 점은 금 가격이 3,000달러에서 5,500달러까지 큰 조정 없이 상승했다는 것”이라며 “5,000달러 선으로 되돌아가 그 가격대에서 안정화되는 것은 강세장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전개는 지속 가능한 전통적인 귀금속 강세 사이클이라기보다는 열광에 의한 급등(Melt-up)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의도적 급락” 의혹
귀금속 거래업체 실버 불리온(Silver Bullion)의 그레고르 그레거센(Gregor Gregersen) 대표는 폭락의 급작스러움이 단순한 수익 실현 움직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관들이 보유한 대량의 금이나 은을 차익 실현하려 했다면 최상의 가격을 받기 위해 천천히 처분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목격한 것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난 대규모 하락이며, 이런 매도 압력 뒤에 명확한 명시적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하락이 ‘의도적’이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은(銀)의 광기 – “거품 영역 진입”
6개월새 2.3배 폭등… 그리고 폭락
금보다 더 극적인 등락을 보인 건 은(Silver)이었다.
호주 기준 은값은 2025년 7월 온스당 58달러에서 2026년 1월 135달러까지 치솟았다. 6개월 만에 2.3배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1월 30일 하루 만에 30% 가까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악몽을 안겼다.
은이 금보다 변동성이 큰 이유는 그 이중적 성격 때문이다. 은은 안전자산이면서 동시에 산업용 금속이다. 전체 은 수요의 40% 이상이 태양광 패널, 반도체, 전자제품 등 산업용으로 소비된다.
ANZ은행의 수석 원자재 전략가 다니엘 하인즈(Daniel Hynes)는 은이 인공지능(AI)과 태양광 산업에도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은을 핵심 광물 리스트에 포함시키면서 전략적 비축이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됐다.
“붐-버스트 사이클 진입” 경고
색소뱅크의 한센 책임자는 “금 가격 상승은 비교적 질서정연했고 전형적인 거품 현상의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은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개인 투자자 참여, 투기적 포지션, 그리고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FOMO)가 랠리를 주도하며 거품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LS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이미 전형적인 붐-버스트(Boom-Bust) 사이클, 즉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온스당 100달러까지 오르거나 반대로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 전망 – “큰 조정 가능성 낮지만 신중해야”
금값, 추가 상승 전망 우세
색소뱅크의 한센 책임자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식기 시작할 수 있지만, 큰 가격 조정이 임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ANZ의 하인즈 전략가도 “머지않은 미래에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금과 은 가격을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린 요인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유럽·아프리카·중동 투자 책임자 만프리트 길(Manpreet Gill)은 “현재 적절한 전략은 장기 투자자들을 위한 점진적 축적이며, 조정 위험 때문에 단기 전술적 거래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투자은행 목표가
골드만삭스는 2026년 금값 목표를 온스당 4,900달러로 제시했다. JP모건은 2026년 4분기 5,000달러 돌파를 전망했다. JP모건은 2028년까지 금 가격이 6,00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2026년 1분기 금값 목표치를 3,600달러, 2분기 3,7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UBS는 “2011년 이후 가장 강력한 금 수요가 예상된다”며 향후 3분기까지도 상승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2026년 내 온스당 7,000달러 돌파까지 전망한다. 코인코덱스(CoinCodex)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연말까지 7,300달러 도달 가능성을 제시했다. 롱포캐스트(LongForecast)는 하반기 9,000~9,5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투자 시 유의사항 – “특히 은 투자는 신중해야”
“전년도 강세 자산, 다음 해 계속되는 경우 드물다”
메달리온 파이낸셜 그룹의 마이클 웨인(Michael Wayne) 전무이사는 2011년 귀금속 붐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고 상기시키며 “지금 이 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인 전무는 “전년도에 가장 강세를 보였던 분야가 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경고했다.
“수익 창출 없는 자산” 인식 필요
뉴사우스웨일스대 경영대학원 피터 스완(Peter Swan) 교수는 “모든 상품은 다양한 수익률의 스펙트럼상에 존재하며, 현금화 또는 수익 창출 측면에서 각기 다른 비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완 교수는 “주식의 배당 수익률은 약 4~5%인 반면, 주택 투자 수익률은 약 2%로 더 낮다”며 금과 은은 보유 기간 동안 아무런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주 정부 금융정보 사이트 머니스마트(MoneySmart)는 “가격 상승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투자에는 본질적인 위험이 따를 수 있다”며 “투자 전에 꼭 자신의 재정 상황을 점검하고 가능하면 재정 상담사와 상의하라”고 권고했다.

금값, ‘불안의 바로미터’로 자리매김
2026년 2월 현재, 금값은 온스당 4,700~4,800달러 선에서 숨고르기 중이다. 정점 대비 15% 빠졌지만, 1년 전보다는 여전히 80% 가까이 높다.
세계금협회의 판샤오카이 이사는 “금값이 앞으로 계속 오를지, 안정세를 유지할지, 아니면 하락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두 가지 핵심 요소를 지적했다.
첫째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금값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글로벌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인데, 이는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다. “이 두 가지 요인은 가까운 미래에 금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나쁜 소식이 금 가격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을 고조시켰을 때 금값이 급등했고, 위협을 철회했을 때도 금값은 계속 올랐다.
분명한 건, 금값이 더 이상 ‘조용한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1월의 광란과 공포가 보여줬듯, 금 시장은 이제 주식 못지않은 변동성과 투기성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박스] 금·은 가격 변동 추이

[주요 투자은행 2026년 금값 전망]
● 골드만삭스: 4,900달러
● JP모건: 4분기 5,000달러 돌파, 2028년 6,000달러
● UBS: 1분기 3,600달러, 2분기 3,700달러
● 코인코덱스: 7,300달러 가능
● 롱포캐스트: 하반기 9,000~9,500달러 가능
[투자 시 유의사항]
금·은은 배당이나 임대 수익이 없는 자산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는 투자
특히 은은 금보다 높은 변동성
전년도 강세 자산이 다음 해 계속되는 경우 드물다
재정 상담사와 상의 후 투자 권장
※ 이 기사는 뉴욕상품거래소(COMEX), 한국금거래소,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 블룸버그,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CNBC 자료와 골드만삭스·JP모건·UBS·ANZ·색소뱅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