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정식 자산으로 인정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29일 뚜오이쩨지에 따르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디지털기술산업법(Law on Digital Technology Industry)이 내년 초 시행된다. 이 법은 디지털 자산을 민법상 자산으로 처음 규정했다.
벤처캐피털 카이로스벤처스(Kyros Ventures)는 “당국과 언론이 ‘가상화폐’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자산’으로 바꾼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2017∼2019년 규제 문서엔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자산’ 등이 혼용됐다.
정부는 5년간 암호화폐 시장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호찌민(Ho Chi Minh)시와 다낭(Da Nang)엔 국제금융센터를 세워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 실험장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거래소를 세우려면 최소자본금 10조동(약 5천억원)이 필요하다. 시중은행 최소자본의 3배, 항공사의 33배다.
외국인 지분은 49%로 제한된다. 자본금의 65% 이상은 은행·증권사·보험사·자산운용사·IT 기업 등 기관이 보유해야 한다. 이 중 35% 이상은 최소 2곳 이상 기관이 나눠 가져야 한다.
국가증권위원회(SSC)는 “디지털 자산은 고위험 상품이라 손실 보상과 투자자 환급에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오띠엔퐁(Dao Tien Phong) 인베스트푸시(Investpush) 법률사무소 대표는 “다른 나라도 최소자본을 요구하지만 5천억원까진 아니다”면서도 “시범 단계에서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킹으로 수천만∼수십억 달러를 도난당한 거래소 사례를 보면 자본 여력 없이는 투자자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리플에이(Triple-A)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의 20% 이상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 중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2024년 7월∼2025년 6월 하루 평균 6억 달러(약 8천600억원) 어치가 거래될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전통 금융권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기존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빠져나가는 중이다. 블록체인 지갑 코인98월렛(Coin98 Wallet)과 카이버스왑(KyberSwap)이 철수를 선언했다.
HVA그룹 부옹레빈년(Vuong Le Vinh Nhan) 이사회 의장은 “높은 자본 요건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배제한다”며 “대기업과 은행만 남으면 경쟁과 혁신이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샌드박스 단계에선 기술 기업이 낮은 자본금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유연하게 적용하고 세제·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오 변호사는 “스타트업엔 장벽이지만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수 과정”이라며 “거래소 외 자기매매·자산보관·발행 플랫폼 분야는 규제가 덜할 수 있어 스타트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