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동, 태국바트보다 더 떨어진 원화 가치… “동남아 여행도 부담스럽다”

-고환율에 물가도 상승 조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에 환율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5.11.2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연말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 여행을 갈 계획인 권모(42)씨는 요즘 매일 베트남 동 대비 원화 환율을 검색하고 있다. 석 달 전 항공권 예매 당시만 해도 베트남 화폐 100동당 5.27원이던 환율이 요즘 5.61원까지 오르며 비용 부담이 커졌다. 권씨는 “현지 경비를 300만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예약 당시보다 20만원 정도 비용이 늘었다”며 “원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동남아 여행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미국뿐 아니라 신흥국과 비교한 원화 약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 강세 기조 속에 원화가 유난히 약세를 보이면서 통상 저렴하게 여겨졌던 동남아 여행마저 비용 부담이 불어나는 상황이다. 25일 원화 환율은 1472.4원으로 거래를 마쳐 위기 때 수준인 1400원대 환율을 두 달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25일 보도했다. 

이달 들어 원화는 달러·유로와 함께 동남아 신흥국 통화들과 비교해서도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원화 환율은 상승)했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초 99.87에서 24일 100.85로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며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는데 원화 하락 폭이 더 컸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대만 달러(-1.83%), 싱가포르 달러(-0.46%), 인도네시아 루피아(-0.38%), 베트남 동(-0.14%), 태국 바트, 필리핀 페소(-0.02%) 모두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가치 하락 폭은 원화가 3.38%로 가장 컸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오히려 달러 대비 가치가 0.93% 올라갔다.

원화 가치가 동남아 국가들보다 더 하락하면 한국인이 동남아 여행 가서 소비하는 원화 기준 비용이 불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1박에 170만동 정도인 베트남 다낭의 5성급 호텔에 묵을 경우 100동당 환율이 5.18원이었던 7월 초까지만 해도 1박 숙박비가 한화로 약 8만8000원 정도였지만, 지금 환율로는 9만5000원을 내야 한다. 법무부·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동남아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 베트남·태국·필리핀으로 가는 관광객은 각각 4%, 18%, 20%씩 감소했다. 세 나라 모두 지난해엔 한국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었다.

원화 가치가 신흥국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진 이유는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와 기업 해외 투자가 ‘쌍끌이’로 증가하며 국내 달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월 경상수지는 827억7000만달러 흑자였지만, 같은 기간 직접투자(206억달러)와 증권투자(603억9000만달러)에선 810억달러 가까운 적자가 났다. 무역으로 번 돈에 육박하는 달러 자금이 주식 투자 등으로 나갔다는 뜻이다.

수출로 번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갖고 있는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한 요인이다. 기업들의 외화 예금은 9월 말 기준 92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887억5000만달러보다 35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수입 업체 결제와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 환전 수요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가 환율 하락을 막고 있다”고 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여행·유학 경비가 불어날 뿐 아니라 수입 물가가 상승해 원자재·소비자 물가가 오를 위험이 커진다. 곳곳에서 이미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했어도 환율 상승과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게 겹치면서 리터(L)당 평균 가격이 1700원을 넘어서며 2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식품 업체는 최근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과자·빵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는 미국산·호주산 소고기 수입 단가가 전년 대비 약 10% 올랐고, 수입 과일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달 생산자 물가는 전년 대비 1.5% 오르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효과에 먼저 반응하는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로 한은의 물가 목표인 2%를 2개월 연속 웃돌았다.

조선일보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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