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Column – 불확실한 미래

– 시니어를 위한 칼럼 –

불확실한 미래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낭만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노래로, 중년가수 최백호가 부르는, 흥겨운 탱고 리듬의 노래지만 그 사연에는 세월의 우수가 담겨 있습니다.
노래 가사 중에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들을 때마다 가슴이 싸해집니다.
나이가 차면 실연이라는 아픔마저 달콤함으로 변합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일이기에 아픔마저 달콤해지는 달관의 상태입니다. 한편으로는 미래의 기대를 포기한 구절입니다.

미래, 미래라는 단어는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입니다.
현재에는 존재하지도 않지만, 반드시 다가올 어떤 순간. 그러나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피어납니다.
미래는 어린이에게는 한없는 꿈의 날개로 다가오고, 청년에게는 세상을 향한 도전의 무대로, 중년에게는 무거운 책임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노년이 되면 “이제 미래는 없어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거지” 하며 자조적인 푸념을 내뱉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미래에 대한 기대는 불확실성에서 생겨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상황이기에 희망과 불안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나이가 차면 앞으로 자신 앞에 펼쳐진 미래가 너무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미래를 갖고 있다면 무슨 기대가 생기겠습니까? 그렇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미래의 불확실성이 계속 유지된다면 미래는 여전히 흥미롭게 남아있어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 까요?

요즘 AI와 씨름을 하며 삽니다. 직업상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면 살아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시작한 AI와의 대화이지만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리듬으로 자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AI 와의 대화를 시작한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겨납니다. AI가 만들어내는 미래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급변하게 때문입니다. 수년사이에 AI의 영역이 엄청나게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가 무섭게 빨라집니다. 과연 어디까지 갈지 정말 짐작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새삼 이나이에 고달픈 도전의 신선함이야 있겠냐마는 적어도 구경거리는 많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겨납니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는 AI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2년 11월 OPEN AI에서 발표된 LLM(Large language Model) 형식의 AI가 대중에게 공개되고 난 후 세상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대중의 관심에 호응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더욱 뛰어난 AI를 발표하고, 이제는 곧 인간의 영역을 넘볼 수 있는 AGI(범용 인공지능)가 실현되면 우리 지구는 인간을 뛰어넘은 또 다른 종의 출현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단지 인간의 직업을 대처하는 것을 넘어 AI가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고, AI 가 스스로 운영하는 시대가 곧 옵니다. 그리고 AI가 인간을 고용하겠지요. AI가 인간을 고용하고 그 대가를 주려면 AI가 경제를 운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즉 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 마침 AI에게 알맞은 디지털 화폐가 등장합니다.

물물교환을 대신한 화폐가 생겨난 이후, 화폐는 지금까지 물리적 모습으로 아날로그 상태를 유지했지만 얼마전부터 블록체인 코인으로 시작된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면 그 변화가 시작됩니다. 생소한 개념의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이 생겨나고, 그를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끌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급변하는 가치변동으로 인해 유통에 필요한 화폐의 기능보다는 가치 투자의 존재가 더욱 부각됩니다.

그러자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고 실제 유통 기능에 충실한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는데, 얼마전 트럼프가 자랑스럽게 사인하고 연방차원의 발행을 인가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단어가 주는 의미 그대로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코인을 의미합니다. 즉 1코인이 1 USD 로 정해져 발행됩니다.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 하에 발행됨으로 국가 중앙 은행의 통제에서 한결 자유로워지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간, 국가 간의 입 출금이 자유로워지고 수수료도 거의 사라집니다. 이메일로 첨부 서류를 보내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물리적 화폐는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화폐를 담는 지갑도 사라집니다. 대신 긴 영문과 숫자가 조합된 자신의 개인키를 보관하는 디지털 지갑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입 출금은 컴퓨터와 스마트 폰으로 전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런 디지털 화폐의 전면적 등장은 AGI(범용 인공지능)가 세상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AGI가 디지털 화폐를 흔들며 인간을 지배하고 세상을 뒤흔드는 국면이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모습입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과연 어떻게 세상이 펼쳐질지 너무나 불확실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고조됩니다.
다이나믹한 디지털 시대에서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온 경험과 쌓인 지혜가 진정한 빛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설사 그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한다 해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한 세월을 보내진 않을 것입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스포츠 게임도 룰을 알아야 흥미롭게 즐길 수 있듯이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대한 기본은 알아야 구경하는 맛도 생깁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누가 이끄는지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지는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까지 일어난 적이 없는 새로운 세상이기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갑니다. 그 미래의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희망과 기대 그리고 설렘을 던지며 삶의 활기를 넣어 줄 것입니다.
역시 세상은 아직 살맛이 나는 곳입니다.

답글 남기기

Check Also

Han Column – 언어에서 바라본 베트남의 정서

처음 베트남이 와서 베트남 언어를 조금 익히면서 의문이 생긴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질문에 không 과 …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