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사일에 영공 폐쇄, 베트남 관광객 16시간 여행이 50시간으로

독일에서 베트남으로 가던 베트남인 관광객이 이스라엘-이란 갈등으로 카타르 도하공항에서 35시간 동안 발목이 묶이는 악몽을 겪었다고 Vnexpress지가 26일 보도했다.
귀띠에우(Quy Thieu·35)씨는 지난 23일 독일 베를린에서 호찌민시행 카타르항공편에 탑승했다. 원래 도하 하마드국제공항(Hamad International Airport)에서 2시간 경유하는 16시간 여행 일정이었지만 50시간의 기나긴 여정이 됐다.
띠에우씨는 “도하까지는 정상적으로 도착했다. 현지시간 오후 5시에 착륙했고 다음 항공편은 오후 7시50분 출발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가까워져도 탑승 안내도, 공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뉴스를 확인해보라는 메시지를 보내와서야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날 이란은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에 미국이 가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방공시스템이 미사일을 요격하며 큰 폭발음이 들리는 도하 상공 영상이 퍼졌다. 주카타르 미국 대사관은 긴급 경보를 발령하며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카타르는 영공을 폐쇄했고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수많은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 우회됐다.
하마드국제공항 출발 전광판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처음엔 ‘지연’이었다가 ‘취소’로 바뀌었다. 승객들 사이에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하마드국제공항은 2024년 기준 하루 14만명 이상의 국제선 승객이 이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다.
갑작스러운 영공 폐쇄와 엄청난 수의 발목 묶인 여행객들로 인해 카타르항공은 숙박이나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수 없었다.
띠에우씨는 “소수의 베트남인을 포함해 발목 묶인 승객들이 뭉쳤다”고 회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갈등이 더 악화되면 도하에 더 오래 갇힐까 봐 불안해하며 뉴스를 지켜봤다. 일부는 인근 국가로 육로 이동까지 고려했다.
결국 항공사는 KFC와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인도 음식, 단팥빵 등 간단한 식사로 교환할 수 있는 식사권을 나눠줬다.
24일 새벽 카타르가 영공을 재개방했지만 공항의 혼란은 계속됐다. 도하 도착편은 대부분 취소된 상태였고, 출발편이나 경유편 일부만 우선순위를 받았다.
띠에우씨 같은 도하 출발 승객들에게는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
24일 새벽 2시경 카타르항공이 고객서비스 카운터에서 새 탑승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인파가 무질서하게 밀려들었다.
“6시간 넘게 줄을 섰다. 어떤 사람들은 9시간을 기다렸다. 부서진 벌집 같았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줄에서 자리를 잃을까 봐 물도 마시지 못했다”고 띠에우씨는 떠올렸다.
결국 띠에우씨는 새 탑승권을 받았고 영어를 못하는 베트남인 여행객 몇 명이 같은 항공편 표를 받도록 도왔다. 새 출발 시간은 25일 새벽 2시였고 그것은 더 많은 기다림을 의미했다.
“이란이 또 공격하거나 영공이 다시 폐쇄될까 봐 걱정하며 17시간을 더 기다렸다”고 그는 말했다. 마침내 25일 새벽 4시 항공편이 이륙했다.
공항에서 35시간의 잠 못 이루고 신경을 곤두세운 시간 후 띠에우씨는 베트남에 무사히 도착했다.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불안하고 불확실했던 적이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 집에 와서 돌이켜보니 여전히 무섭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Vnexpress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