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암 병동의 절규… 의사들은 ‘시한부 선고’ 대신 ‘희망’을 적는다

출처: VnExpress Health
날짜: 2026. 4. 8.

하노이(Hanoi) 군의 103병원(103 Military Hospital) 종양센터 진료실. 60대 남성 환자가 폐암 2기 진단서를 손에 쥐고 침묵에 빠졌다. 이미 5년간 하인두암과 사투를 벌여온 그에게 찾아온 새로운 암세포는 ‘사형 선고’와 같았다. 그는 의사에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남은 가족을 위해 치료를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베트남 내 암 환자들 사이에서 ‘남은 생(生)의 시간’에 대한 질문은 가장 절박하면서도 흔한 광경이다. 국제암연구소(Globocan)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연간 신규 암 환자는 18만 2,000명, 사망자는 12만 2,000명에 달한다. 특히 환자의 70% 이상이 이미 손쓰기 힘든 말기에 병원을 찾으면서, 환자들의 심리적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군의 103병원이 암 환자 264명을 조사한 결과 58%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이는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을 85%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 안 하이(Vu Anh Hai) 군의 103병원 종양센터장은 환자에게 구체적인 수치 대신 ‘기회’를 이야기했다. 개흉 수술 대신 신체 손상이 적은 흉강경 내시경 수술법을 설명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웠다. 하이 센터장은 “의사가 손을 놓는 순간 환자는 즉시 포기한다”며 “심리적 붕괴는 영양 결핍과 체력 저하로 이어져 어떤 현대적 기술도 효과를 볼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과거처럼 ‘1기 90%, 4기 15%’ 식의 고정된 생존율 통계를 개별 환자에게 들이대는 관행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상의 ‘중앙 생존 기간’은 절반의 환자가 그 시점까지 생존한다는 의미일 뿐, 최신 치료법과 환자의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통계를 뛰어넘어 수년간 더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 의대 병원의 응우옌 반 띠(Ngo Van Ty) 박사는 환자가 시간을 물을 때 거꾸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재정 정리, 자녀에 대한 당부 등 환자가 남은 삶을 주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숫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인도적이라는 판단에서다.

K 병원(K Hospital)의 하 하이 남(Ha Hai Nam) 박사는 말기 환자들의 ‘완화 의료’에 집중한다. 그는 “무조건 오래 사는 것보다 통증 없이 품격 있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며 “육체적 고통을 달래주는 것이야말로 의료의 가장 인도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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