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 Brand – 체조 황제의 도전, 나이키를 겨누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리닝(Li-Ning)의 37년 성공 신화와 세계 도전

1984년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올림픽 체조 경기장. 단 한 명의 선수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쓸어 담으며 세계를 경악시켰다. 중국이 낳은 ‘체조 황제’ 리닝(Li Ning, 李宁)이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그의 이름은 전 세계 80개국에서 판매되는 스포츠 브랜드로 살아 숨쉬고 있다.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와 어깨를 겨루며 중국 스포츠 산업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리닝(Li-Ning)의 성공 궤적을 짚어본다.

운동장에서 시장으로

리닝은 1989년 스포츠 의류 회사를 창업하며 또 하나의 경기장에 발을 디뎠다. 선수 시절 쌓은 인맥과 명성은 곧바로 비즈니스 자산이 됐다. 창업 이듬해인 1990년, 베이징(Beijing) 아시안게임(Asian Games)에 출전한 중국 선수단 전원에게 리닝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힌 것이 시작이었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브랜드를 먼저 알린 이 역발상 전략은 리닝을 단숨에 중국 전역에 각인시켰다.
이후 가맹점 체제를 빠르게 확장하며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한 리닝은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 내 스포츠 브랜드 1위 자리를 굳혔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가 덮쳐왔을 때도 리닝은 연구개발(R&D) 센터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패턴은 이때부터 리닝의 DNA로 자리잡았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폐막식 모습

2008 베이징 올림픽, 그 한 장면

리닝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은 2008년 베이징(Beijing) 올림픽 개막식에서 터졌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중에 매달린 채 올림픽 성화를 점화한 주인공은 바로 창업자 리닝 본인이었다. 그 순간 공식 후원사였던 아디다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리닝 회사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자 한 명의 등장만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의 교과서적 성공 사례를 썼다. 개막식 다음 첫 거래일 주가는 3% 이상 급등했다.
이 장면은 게릴라 마케팅(guerrilla marketing)의 하위 개념인 앰부시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회자된다. 아디다스가 수억 달러의 공식 후원금을 쏟아부은 대회에서 리닝은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전 세계의 주목을 독차지했다.

▲2008년 북경올림픽 최종 성화점화자가 리닝의 모습

나이키를 모방한다는 오명과 위기

급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리닝의 로고는 나이키의 스우시(Swoosh)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슬로건 ‘에브리싱 이즈 파서블(Anything is Possible, 一切皆有可能)’은 아디다스의 ‘임파서블 이즈 낫싱(Impossible is Nothing)’을 모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독창적 정체성의 부재는 글로벌 도약을 가로막는 근본적 한계로 지목됐다.
경영 실적도 흔들렸다. 2013년 그룹 매출이 전년 대비 24.6% 급감하는 등 3년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재고 과잉, 점포 난립, 브랜드 정체성 혼란이 동시에 터진 결과였다. 그러나 리닝은 여기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브랜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을 통해 재기를 모색했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중국 문화를 팔다

반전의 계기는 뜻밖의 곳에서 왔다. 2018년 뉴욕 패션위크(New York Fashion Week)에 처음 진출한 리닝은 중국 전통 문양과 한자를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으로 세계 패션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리닝(中国李宁)’ 라는 붉은 글씨가 박힌 후드티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 2020년 1월에는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Paris menswear fashion week)에서 브랜드 창립 30주년 기념 패션쇼를 열고, 배우 청룽(Jackie Chan)과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궈차오(国潮, 중국 브랜드 열풍)’를 등에 업은 리닝은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 중국 문화 자부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매출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138억7,000만 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무려 110% 뛰어올랐다.

숫자로 보는 리닝의 현재

최신 실적은 리닝의 저력을 숫자로 증명한다. 2025년 그룹 매출은 295억9,8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으며, 매출총이익은 144억8,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현재 리닝 브랜드 매장은 전 세계 7,609개에 달한다.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리닝의 점유율은 10.3%로, 안타(Anta, 23%)에 이어 국내 브랜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Nike, 20.7%), 아디다스(Adidas, 8.7%)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수치다. 리닝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중국 올림픽위원회(Chinese Olympic Committee)의 공식 파트너십을 새롭게 체결했으며, 2026년 밀라노(Milan) 동계 올림픽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단의 공식 유니폼을 책임진다.

국제화의 꿈과 인권 논란이라는 그림자

과제도 만만치 않다. 2022년 3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overnment Pension Fund of Norway)이 심각한 인권 침해 위험을 이유로 리닝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다. 같은 달 미국 관세국경보호청(US Customs & Border Protection)은 리닝의 공급망에서 북한 노동력이 사용된 사실을 적발하고 미국 내 제품 반입을 차단, 리닝은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인권 리스크는 브랜드 국제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리닝은 멈추지 않는다. 국제 매출 비중을 2025년 말까지 전체의 3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북미(North America)와 유럽(Europe)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체조 황제가 운동장에서 시장으로 무대를 바꾼 지 37년.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슬로건이 허언이 아님을 리닝은 지금도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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