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테리 뒷골목, 4년 만에 ‘연남동’이 되어버린 사연은?
호찌민 2군 타오디엔. 마스테리 타오디엔(Masteri Thao Dien) 아파트 T3동 뒷편으로 난 소(So) 10번 거리와 소 9번 거리.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 두 골목은 채식 레스토랑 험(Hum Vegetarians) 하나와 삼성병원(Samsung Medical Center), 그리고 조용한 아스팔트만이 있던 한산한 이면도로였다.
지금은 다르다. 언양닭칼국수, 에브리하프(Everyhalf) 카페, 도야짬뽕, 봄돈까스가 간판을 내걸고, 카카오프렌즈(Kakao Friends) 스크린 골프장까지 들어섰다. 현재 이 구역에 자리 잡은 한국 관련 업소만 10개를 훌쩍 넘는다. 호찌민 한인 사회에서 이 골목은 어느새 ‘제2의 한인 상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본 기사는 일본 교도통신 NNA Asia의 사카베 테츠오 (坂部哲生) 기자와 공동 취재한 기사 입니다)
5년 전엔 주차장, 지금은 먹자골목
구글 스트리트뷰(Google Street View)로 이 거리의 5년 전 모습을 보면 변화의 크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2020년 3월, 이 골목에는 도로 포장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구간이 있었다.
현재 카카오프렌즈 스크린 골프장이 들어선 자리는 ISHCMC(International School Ho Chi Minh City) 주차장이었다.

그리고 한인 업체 가운데 손꼽히는 성공 사례인 골든로터스(Golden Lotus)가 있는 자리는 소박한 노천 식당이 전부였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한인 상권의 무게추가 7군(District 7) 푸미흥(Phu My Hung)에서 2군으로 넘어온 지는 꽤 됐다. 7군이 지지부진한 사이 2군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그 진원지가 바로 안푸(An Phu) 메트로(Metro) 역세권, 마스테리 타오디엔 뒷골목이다. 2022년 코로나가 끝나면서 불과 4년 만에 이 거리는 호찌민 한인 상권의 새로운 축으로 탈바꿈했다.

베트남에서 보기 드문 ‘걸어 다니는 상권’
이 골목이 한인 자영업자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베트남에서 보기 드문 ‘보행 상권’ 구조다.
언양닭칼국수 김상엽 이사는 이 자리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은 길이 별로 없습니다. 다들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죠. 그런데 이 구역은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있어서 주민들이 직접 걸어 다닙니다. 산책하면서 슈퍼나 가게를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있습니다. 그게 제가 이 자리를 고른 이유입니다.”
베트남 상권은 통상 오토바이 유동객 중심이다. 보도를 걷는 고객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구조는 호찌민에서 예외에 가깝다. 아파트 단지를 배후로 끼고 메트로역을 인근에 둔, 한국에서라면 누구나 아는 ‘역세권’ 구조가 이 골목에 그대로 구현돼 있다. 한국 자영업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환경이다.

5,000가구 반경 500미터— 호찌민에서 유일한 구조
이 상권의 진짜 경쟁력은 숫자에서 드러난다. 반경 500미터 도보 거리 안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들을 열거하면 이렇다. 마스테리 타오디엔 3,021가구 약 1만 명, 마스테리 안푸(Masteri An Phu) 약 336가구 1,000여 명, Q2 타오디엔(Q2 Thao Dien) 315가구, 더 나심(The Nassim) 236가구, 게이트웨이 타오디엔(Gateway Thao Dien) 436가구. 여기에 최근 입주를 시작한 마스테리 루미에르(Masteri Lumiere)까지 더하면 이 일대 상주 인구는 약 5,000가구 수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대형 아파트 단지 여러 곳이 인접한 상권은 호찌민 전체를 통틀어도 보기 드물다. 1만 가구 규모를 자랑하는 빈홈 센트럴 파크(Vinhomes Central Park)가 있지만, 이 단지는 사실상 외부와 차단된 ‘성(城)’ 구조여서 주변 상권으로의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타오디엔의 아파트들은 거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인구 증가의 효과가 주변 상권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봄돈까스 유진우 사장은 이 구조를 정확히 꿰뚫고 이 자리를 택했다. “마스테리 타오디엔, 게이트웨이 타오디엔, 마스테리 안푸, 비스타(Vista), 에스텔라(Estella), 렉싱턴(Lexington) 등 대형 아파트들이 주변에 밀집해 있습니다. 걸어서 오는 손님, 차로 금방 오는 손님 모두 잡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입소문이 만든 상권, AI 시대에도 불변하는 법칙
이 골목의 성장에는 입소문의 힘도 작용했다. 코로나 기간 일찌감치 진출해 성공한 쭈꾸미 언니, 인근 보 쫑 또안(Vo Trong Toan) 거리에 자리 잡은 기름진멜로의 성공 사례가 한인 상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성공한 업소 하나가 거리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이 현상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상업의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거리의 분위기를 서울(Seoul) 어느 동네와 비교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김상엽 이사는 주저 없이 답했다. “홍대 옆 연남동이요. 제일 핫(hot)한 동네는 아니지만, 핫한 곳 바로 옆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동네, 딱 그 느낌입니다.”
이 골목에서 성공을 일군 사람들
상권의 성장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두 업소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양닭칼국수 김상엽 이사는 코로나 기간에도 베트남을 떠나지 않고 버티다 이곳에 새로 창업했다.풍성한 고기의 양과, 국물의 맛으로 유명한 본 식당은. 2024년 연말 개점이래 주변에 새로운 상권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손님 구성은 한국인·베트남인·중국인·일본인이 주를 이루며, 인근 일본인 유치원의 영향으로 일본인 주부 고객도 꾸준하다. 월세는 약 8,500만 동(VND) 수준. “전철이 생기고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면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동 인구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그는 내다봤다.
봄돈까스 유진우 사장의 이력은 더 드라마틱하다. 일본인 주재원 사이에서 “정말 맛있다”는 입소문이 자자한 이 가게는 2023년 10월 미아사이공(Mia Saigon) 호텔 앞 가정집에서 테이블 4개로 출발해, 두 차례 이전 끝에 현재 2층 규모의 자리를 잡았다. 창업 당시 월세 1,800만 동에서 시작해 현재는 공과금 포함 1억 동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향후 3층 추가 오픈도 검토 중일 정도다. 손님 구성은 한국인 60%, 중국계 15%, 일본인 10%, 나머지는 베트남인과 서양인이다. 가게 이름 ‘봄’은 베트남인 부인의 이름 ‘쑤언(Xuân·봄)’에서 따왔다.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가게라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푸미흥의 탄생인가? 혹은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끝나나?
메트로 개통과 신규 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 다국적 거주 인구의 유입이 더해지면서 이 골목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단 취재를 하면서 느낀점이지만. 이곳의 변화가 10여년전 합정동과 상수동의 변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새로운 지속가능한 한인상권이 될 것인지의 여부는 사실 임대료 상승과 더불어, 한인인구의 지속적인 유입에 달렸다는것이 본 기자의 느낌이었다.

D.10, D9거리의 가 볼만한 한인 업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