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이 내달 1일부터 유류할증료를 일제히 인상한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승객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항공업계에 따르면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4월 1일부터 모든 노선의 유류할증료를 34% 인상하고 2주마다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조정된 할증료는 단거리 50달러, 중거리 93달러, 장거리 노선은 최대 200달러에 달한다. 싱가포르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스쿠트 역시 급등하는 연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전 노선의 운임을 상향 조정했다.
동남아시아 주요 항공사들도 가세했다. 타이항공은 항공권 가격을 10~15% 인상할 예정이며, 필리핀 세부퍼시픽은 5월까지 여정의 운임을 20~26% 올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중동 분쟁 발생 이후 국제 항공유 평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아 지난 20일 기준 배럴당 197달러를 기록했다. 항공유는 전체 운영 비용의 약 4분의 1에서 30%를 차지하는 만큼 항공사들의 재무 구조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베트남 항공업계 역시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항공 응우옌 광 쭝 부사장은 지난 9일 회의에서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에 도달하면 운항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해 운항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베트남 항공청은 내달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내선 이코노미석에 대해 노선별로 29만 7,000동에서 최대 68만 동의 유류할증료 부과를 제안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 하노이-호찌민 노선은 왕복 기준 약 400만 동, 하노이-푸꾸옥 노선은 468만 동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외항사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에바항공은 지난 19일부터 베트남-대만 노선의 할증료를 왕복 기준 84달러에서 120달러로 올렸고, 스타럭스항공도 24일부터 베트남발 미국·유럽행 할증료를 왕복 기준 360달러까지 인상했다. 국내 여행사들은 항공료 인상에 따라 4월 이후 출발하는 패키지 여행 상품 가격을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항공사들이 유럽이나 미국 항공사들에 비해 유가 변동 리스크 헷징(Hedging)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이번 유가 급등에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