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지방 소도시에서 사회 문제로 지적돼 온 성인 오락실과 성인 PC방이 이제 베트남 호찌민 교민 사회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인 밀집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군(District 2) 일대 주거 지역에 이러한 업소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교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시골 국도변을 달리다 보면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외벽에는 ‘성인오락실’ 혹은 ‘성인PC방’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내부는 좀처럼 들여다볼 수 없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이러한 업소는 약 28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전체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 불가가 분리된 일반 게임 제공 업소는 단 7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269곳은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 제공 업소로 나타났다. 사실상 한국 전역의 신규 게임장 증가분 대부분을 성인 게임장이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인구 비례를 고려할 때 서울보다 지방에서 이러한 업소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고 여가를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지방 소도시일수록 접근성이 높은 성인 게임장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PC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 PC방 숫자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성인 대상 PC방은 오히려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게임이 오프라인 아케이드냐 온라인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사행성 구조는 성인 게임장과 판박이다.
사행산업이 불경기에 오히려 호황을 누린다는 것은 오래된 공식이다. 최근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면서 성인 게임장의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도 이 공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제 베트남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캄보디아 당국이 불법 도박·사기 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그 여파가 인근 베트남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에서 자리를 잃은 업소 관계자들이 단속의 손길이 비교적 덜 미치는 베트남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찌민 2군 내에서 확인된 성인 오락실·성인 PC방 유사 업소는 최소 3곳이다. 이들 업소 대부분은 지난해 10월 이후 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관은 지극히 조용하고 평범하다.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낮 시간대엔 문을 닫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부에서 실제 금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교민 사이에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업소들이 한인 주거 밀집 지역 한복판에 들어서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한국 거리’로 불리기 시작한 2군의 D9, D10, D11 구역 및 보 쯩 투안(Vo Trung Toan) 거리 일대 주거 지역에 이러한 업소들이 나타나고 있어 교민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한 교민 학부모는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는 길목, 가족들이 저녁 산책을 하는 골목에 이런 업소가 들어서는 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실제 돈이 오가는 공간이라면 분쟁과 강력 범죄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업소 주변에서 폭행, 심지어 살인 사건이 벌어진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성인 게임장은 환전 과정의 분쟁, 채무 관계, 조직폭력배 개입 등으로 인해 강력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영업하는 이들 업소가 현지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다면, 그 위험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호찌민 교민 사회는 지금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동남아 전반에 대한 국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교민 수마저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이런 시점에 사행성 업소가 한인 주거 지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방치한다면, 베트남과 호찌민 교민 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민 단체와 언론이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매운동 등 한인 사회 차원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며, 교민 언론은 이 문제를 공론화해 경각심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 당국에 대한 제보와 신고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