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과 가정, 그리고 돌봄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현대 여성들이 극심한 심신 소진 상태인 ‘번아웃(Burnout)’에 내몰리고 있다. 9일 호찌민 의약학대학교 병원 제3분원 부이 팜 민 만(Bui Pham Minh Man) 박사는 현대 여성들이 생애 주기상 너무 많은 역할을 동시에 짊어지면서 발생하는 만성 스트레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세 가지 역할’은 직장에서의 전문직 업무, 가정의 중심축으로서 자녀 양육 및 가림, 그리고 양가 부모님과 친척을 돌보는 부양 의무를 의미한다. 이러한 다중 역할 압박은 흔히 성숙의 과정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적절한 휴식 없이 지속될 경우 신체와 정신을 서서히 갉아먹게 된다. 특히 많은 여성이 스스로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하기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어 번아웃을 초기에 인지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다.
의학적으로 번아웃은 통제되지 않는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서적 탈진 상태를 뜻하며 몇 가지 전형적인 증상을 동반한다. 만성 불면증이나 수면 장애로 인한 면역력 저하, 근육 경련 및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긴장성 두통과 목·어깨 결림이 대표적이다. 또한 뇌의 전전두엽 피질이 영향을 받아 집중력 저하와 건망증이 나타나며, 뇌-장 축(brain-gut axis)의 이상으로 소화 불량이나 복부 팽만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증상과 함께 무력감이나 불안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건강 문제로 보아야 한다.
만 박사는 2주 이상의 불면증, 반복되는 두통 및 소화기 문제,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내분비 장애나 갑상선 질환, 빈혈 등 다른 신체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고, 단순 스트레스가 만성 피로 증후군이나 심리적 장애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전문적인 상담이나 행동 치료, 필요한 경우 단기적인 약물 처방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번아웃 극복을 위해서는 생활 방식의 재설계와 경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밤 11시 이전 취침과 규칙적인 식사, 주당 최소 150분 이상의 적절한 운동을 통해 생체 리듬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려 하기보다 가족과 가사 노동을 분담하고, 완벽주의에 대한 기대를 낮추며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만 박사는 “번아웃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개월, 수년에 걸쳐 축적된 결과”라며 “몸이 신호를 보낼 때 더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조정하는 것이 진정한 건강 관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