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비만 문제가 단순한 외견상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만성 질환이자 국가적 경제 부담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호찌민 의약대 병원 내분비내과 쩐 광 남(Tran Quang Nam) 부교수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내 과체중 및 비만 인구는 전체의 19.5%인 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비만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낮을 수 있으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르다. 특히 학령기 아동의 비만율은 2010년 8.5%에서 2020년 19%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상황이 더 심각해 호찌민시 청소년의 비만율은 50%, 하노이는 41%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5년까지 베트남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GDP의 약 2%인 162억 8천만 달러(약 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은 내장 지방 축적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병, 지방간 등 치명적인 대사 질환의 원인이 된다. 특히 수면 무의호흡증으로 인한 야간 돌연사 위험도 지적됐다.
비만 인구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 변화가 꼽혔다. 2025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성인의 83%가 비만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0%가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며 고칼로리 음료와 야식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장벽 또한 치료를 가로막는 요소다. 호찌민 의약대 정신건강의학과 팜 티 민 차우(Pham Thi Minh Chau) 박사는 “비만 환자는 우울증 위험이 일반인의 2배에 달하며, 사회적 편견과 조롱으로 인해 의학적 도움을 받기까지 평균 2~5년의 시간을 허비한다”고 설명했다. ‘통통한 아이가 건강하다’는 잘못된 인식과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다이어트법도 비만 문제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쩐 광 남 교수는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혈압과 혈당, 수면 무의호흡증이 현저히 개선된다”며 “수분 저하나 근육 위축을 초래하는 급격한 감량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감량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필요시 정신건강의학적 상담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