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MSHARK (짐샤크)

피자 배달원에서 ‘1조 원 헬스웨어 제국’ 일군 29세 CEO의 스토리

2012년 영국 버밍엄의 한 대학생 기숙사. 19세 벤 프랜시스(Ben Francis)는 할머니에게 빌린 재봉틀 앞에 앉아 있었다. 피자헛 배달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산 천 조각을 바느질하면서 그는 생각했다. “내가 입고 싶은 운동복을 직접 만들면 어떨까?”
2025년 현재, 그 대학생은 33세의 나이로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짐샤크(Gymshark)’의 CEO가 되었다. 나이키, 아디다스가 지배하던 스포츠웨어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영국의 나이키”로 불리는 짐샤크. 그 성공 스토리는 한 헬스 마니아 대학생의 작은 불만에서 시작됐다.

입고 싶은 운동복이 없어서 … 19세 대학생의 시작

벤 프랜시스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버밍엄 애스턴대 국제경영학과에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피자헛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헬스에 푹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헬스장에 가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운동복은 비싸고,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특히 미국 브랜드 운동복들은 너무 헐렁했습니다. 몸에 딱 맞으면서도 활동성 좋은 옷을 찾을 수가 없었죠.”
당시 10대들은 날씬해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SNS에 자신의 몸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세대였다. 그런데 시중의 운동복은 대부분 헐렁했다. 벤은 이 간극을 포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평만 하고 끝낸다. 하지만 벤은 달랐다. 그는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할아버지가 용광로 내장재 업체를 운영하는 것을 보며 자라온 그는 어릴 때부터 “내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벤에게는 특별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짐샤크를 창업하기 전 그는 이미 6번의 창업 경험이 있었다. 10대 초반에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모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웹사이트 제작과 온라인 비즈니스 노하우를 축적했다.

부모님 집 차고에서 시작된 제국

2012년, 벤은 짐샤크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친구 루이스 모건과 함께 단백질 보충제를 위탁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중개 역할만 하면 재고 부담 없이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아이템 가짓수를 늘려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위탁판매로 번 돈을 모두 투자해 스크린 프린터와 재봉틀을 구매한 것이다.
“하루에 주문 10건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종일 일해서 12~15벌을 만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사무실은 부모님 집의 작은 방에서 차고로 옮겼다.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재봉 기술을 익혔다. 대학 공부, 피자 배달, 헬스, 그리고 짐샤크 작업. 벤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랐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돈이 없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간절함이 그를 움직이게 한 동력이었다.

2013년 바디파워 엑스포, 운명을 바꾼 하루

짐샤크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3년 영국에서 열린 바디파워 엑스포(BodyPower Expo)였다. 전 세계 헬스와 피트니스 애호가들이 모이는 이 박람회에 벤은 모든 것을 걸었다. 이 박람회를 위해 출시한 ‘럭스 트랙수트(Luxe Tracksuit)’가 대박을 쳤다. 단순히 기능적인 운동복이 아니었다. 몸에 딱 맞으면서도 활동성이 뛰어났고, SNS에 올리기 좋을 만큼 스타일리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박람회 당일 매출이 300파운드에서 30,000파운드로 100배 뛰었다. 입어본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이 옷 어디서 샀어요?”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을 기점으로 짐샤크는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2015년 870만 파운드였던 매출은 2023년 5.4억 파운드(약 1조 원)로 8년 만에 61배 증가했다.

헬창이 만든 브랜드… 덕력이 경쟁력

짐샤크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덕력(덕후의 능력)’이다. 벤은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었다. 그는 진정한 헬스 마니아였다. 헬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했고, 피트니스 유튜브를 즐겨 봤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다. 그가 만든 제품은 그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이었고, 그가 협찬한 유튜버는 그가 평소 구독하던 채널이었다.
이것이 다른 브랜드와의 결정적 차이였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시장조사를 하고 트렌드를 분석해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짐샤크는 달랐다. 벤 자신이 곧 타깃 고객이었고, 그의 불편함이 곧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심리스(Seamless) 디자인의 탄생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심리스 디자인은 원단을 한 조각으로 편직해 재봉선을 최소화한 디자인이다. 피부 자극이 적고, 인체 곡선을 강조하며, 근육 라인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혁신적인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벤이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운동하다가 “봉제선이 까끌까끌해서 거슬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제선을 없앴다.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간단한 발상이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 지금은 수많은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심리스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선구자

짐샤크를 이야기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짐샤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한 얼리 어답터로 평가받는다. 지금이야 모든 브랜드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지만, 2013년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초기였다. 특히 피트니스 분야에서는 더욱 그랬다. 벤은 스티브 쿡 (Steve Cook), 크리스 범스테드 (Chris Bumstead), 니키 블랙케터(Nikki Blackketter) 같은 보디빌더와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에게 공짜로 옷을 보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후기를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렉스 그리핀 (Lex Griffin)이라는 유튜버에게 제품을 협찬한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렉스의 팔로워는 수백만 명에 달했고, 그가 짐샤크 제품을 입고 운동하는 모습을 올리자 “저 옷 뭐예요?”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벤이 단순히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찾아 협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진짜 팬이었다. 평소 즐겨보던 채널이었고, 그 커뮤니티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단순한 제품 노출을 넘어 커뮤니티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메시, 호날두 같은 초대형 스타를 활용했다면, 짐샤크는 틈새 분야의 수많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했다. 그리고 이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현재 짐샤크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57.5만 명, 여성 전용 계정은 363.3만 명, 유튜브 구독자는 71.3만 명이다. 인스타그램에서 #gymshark를 검색하면 1413만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D2C 모델로 가격 혁명

짐샤크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D2C(Direct-to-Consumer) 모델이다.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백화점이나 소매점을 거쳐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짐샤크는 온라인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중간 유통 비용이 없으니 가격이 합리적이다. 짐샤크의 티셔츠 가격은 22달러에서 시작하고, 대부분 30달러 이하다. 비싼 제품도 50달러를 넘지 않는다. 반면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30달러 이하 제품이 적고, 100달러를 넘는 제품도 많다.
“한 번쯤 주문해볼 만한 가격”을 형성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MZ세대는 브랜드 충성도보다 가성비를 중시한다. 짐샤크는 이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
D2C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과의 직접 소통이다. 고객 피드백을 바로 받아 다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불편해요”라는 의견이 들어오면 즉시 개선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2022년에야 처음 열었다. 현재도 전 세계에 5개뿐이다. 철저하게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것이다.

고객 참여로 만든 커뮤니티

짐샤크는 단순히 옷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커뮤니티 브랜드다.
대표적인 것이 ‘짐샤크66(Gymshark66)’ 챌린지다. 66일 동안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삶을 변화시키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참가자들은 소셜미디어에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2025년 3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gymshark66을 검색하면 112만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캠페인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짐샤크 홈페이지 블로그에는 300개 이상의 제품, 건강, 운동 관련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새로운 게시글이 업로드된다.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동기부여 영상, 유머러스한 이미지, 고객 참여 콘텐츠 등 다양하다.
나이키 유튜브 채널과 비교하면 흥미롭다. 구독자 수는 나이키가 훨씬 많지만, 댓글 수는 짐샤크가 2배 이상 많다. 나이키는 “각 잡고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느낌”이 강한 반면, 짐샤크는 “운동 팁을 전달하는 유쾌한 운동 유튜버” 같은 느낌이다.

미국 시장 점령… 본토 영국 넘어섰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영국 브랜드인 짐샤크가 본토보다 미국에서 더 성공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미국 매출은 2.5억 파운드로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영국 매출보다 많다.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가 지배하던 미국 시장에서 영국의 신생 브랜드가 이런 성과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대형 브랜드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SNS에 올리기 좋고, 몸매를 뽐낼 수 있으며, 가격도 합리적인 짐샤크는 이들에게 완벽한 선택지였다.
짐샤크는 현재 131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북유럽 등이 주요 시장이다. 앞으로는 아시아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창업 8년 만에 유니콘… 29세 억만장자

2020년, 짐샤크는 미국 투자회사 제너럴애틀랜틱(General Atlantic)에 지분 21%를 2억 파운드(약 3216억 원)에 매각했다. 이때 기업 가치는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 원)를 넘어 창업 8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당시 벤의 나이는 28세.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벤이 2015년 CEO 자리에서 한 번 물러났다가 2021년 복귀했다는 것이다.
“20대 초반에는 나 자신이 CEO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로 치면 선수도 하고 감독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는 6년 동안 CTO(최고기술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PO(최고제품책임자) 등 다양한 직책을 순환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9세에 다시 CEO로 복귀했다.
“돌이켜 보면 CEO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회사 경영을 배울 수 있었죠.”

코로나19가 준 기회

짐샤크는 코로나19에서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다른 의류회사들이 점포 문을 닫아야 했지만, 온라인 전용 브랜드인 짐샤크는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팬데믹 기간 홈트레이닝 열풍으로 운동복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편안한 옷을 찾기 시작했다. 애슬레저(Athleisure) 트렌드가 확산됐다.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짐샤크의 제품은 헬스장뿐만 아니라 카페나 친구 만날 때도 입기 좋을 만큼 스타일리시하다. 이것이 애슬레저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졌다.

성공의 교훈

짐샤크의 성공 스토리는 여러 시사점을 준다.
첫째, 진정성이 통한다. 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커뮤니티와 소통했다. 그 진정성이 고객들에게 전달됐다.
둘째, 타이밍이 중요하다. 2013년은 인스타그램이 막 성장하던 시기였고, 피트니스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던 때였다. SNS에 자신의 몸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짐샤크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셋째, 차별화된 제품이 필요하다. 심리스 디자인은 단순해 보이지만 혁신이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서 혁신이 시작된다.
넷째, 커뮤니티가 브랜드를 만든다. 짐샤크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대한다.

앞으로의 과제

하지만 과제도 많다. 수많은 브랜드가 짐샤크의 전략을 따라하고 있다. 심리스 디자인은 이미 업계 표준이 되었고,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모든 브랜드가 한다. D2C 모델을 쓰는 브랜드도 넘쳐난다.
차별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아시아 시장 진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한 결정이다.
무엇보다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거대 기업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들도 D2C 모델을 강화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투자하며, 심리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꿈꾸는 자가 이긴다

2012년 부모님 집 차고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19세 소년. 2025년 연매출 1조 원 기업의 29세 CEO. 벤 프랜시스의 여정은 “꿈꾸는 자가 이긴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저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수백만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중요한 건 진정성입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사람들이 알아봅니다.”
할머니의 재봉틀로 시작한 헬스 마니아 대학생의 꿈이 어디까지 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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