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nfo – 니파바이러스 ‘제2의 코로나’ 될까

2026년 1월, 인도 서벵골주의 한 병원에서 니파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 5건이 보고되면서 국제사회가 긴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치명률이 최대 75%에 달한다는 소식에 ‘제2의 코로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0일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위험은 낮다”며 “여행 및 교역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니파바이러스는 치명률은 높지만 전파력이 낮아 대유행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과연 니파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이며, 왜 전문가들은 팬데믹 가능성을 낮게 보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1998년 말레이시아서 처음 발견… 26년간 754명 감염, 435명 사망

니파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보고됐다. 당시 양돈 농장 근처에서 뇌염 환자들이 속출했다. 처음에는 일본뇌염으로 여겨졌으나,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감염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임이 밝혀졌다. 1999년 바이러스가 분리되었고, 최초 전파가 일어난 말레이시아 니파(Nipah) 지역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니파바이러스는 파라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다. 같은 계열의 헨드라 바이러스와 함께 헨니파바이러스군을 이루며, 인체 감염 시 중증 뇌염과 호흡기 증상을 유발한다.
1998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전 세계에서 총 754명의 감염이 보고되었고, 그중 435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약 57.7%로 계산된다. 감염이 보고된 국가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까지 5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10년간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만 연간 10~20명 내외의 국소적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는 거의 매년 소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해 왔다. 2026년 1월에도 서벵골주에서 5건의 의심 사례(확진 2건)가 발생했지만,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

과일박쥐가 자연 숙주… 돼지 거쳐 사람에게 전파

니파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과일박쥐다. 흥미롭게도 과일박쥐 자체는 감염되어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박쥐의 침, 소변, 배설물에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어 이것이 묻은 과일이나 대추야자 수액을 사람이 섭취하면 감염될 수 있다.
1998년 말레이시아 대유행 때는 돼지가 중간숙주 역할을 했다. 과일박쥐로부터 감염된 돼지와 접촉한 양돈 농장 근로자들이 대거 감염됐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하며 사태를 진압했다.
돼지에서는 잠복기가 7~14일이며, 어린 돼지는 주로 호흡기 증상을, 성돈은 신경 증상을 보인다. 전염률은 거의 100%에 달하지만 치사율은 1~5%로 낮은 편이다. 반면 사람에게서는 발열, 호흡기 증상으로 시작해 급성 뇌염으로 진행되며 치명률이 40~75%로 치솟는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주로 오염된 대추야자 수액 섭취를 통한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과일박쥐가 야자수에 올라가 수액을 먹는 과정에서 침이나 배설물이 섞이고, 이를 사람이 마시면서 감염되는 것이다.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는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이나 체액과 밀접 접촉하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간병인,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장례 절차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경우도 있다. 다만 공기 중 전파는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처럼 시작해 뇌염으로 진행… 생존자도 후유증 시달려

니파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보통 5~14일이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최대 40일까지 보고되었다. 증상은 크게 폐렴형과 뇌염형으로 나뉜다.
폐렴형은 초기에 발열, 기침, 인후통 등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 감기나 독감과 구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곧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진행하거나 뇌염으로 악화된다.
뇌염형은 심한 고열과 함께 오한, 두통, 구토, 경부강직, 눈부심, 의식 장애, 방향감각 상실, 발작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뇌염으로 진행되어 숨진다. 전반적인 치명률은 40~75% 수준으로 매우 높다.
1998년 말레이시아 유행 당시에는 뇌염형만 보고되었으나, 인도와 방글라데시 재유행 때 폐렴형 감염 사례가 최초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뇌염형 환자에서는 사람 간 전파 사례가 없었지만, 폐렴형 환자는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자에서도 간헐적 발작이나 인지 기능 저하 등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회복 후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 재발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백신·치료제 없지만… “발병 사례 적어 개발 더딜 뿐”

현재까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승인된 백신이나 특이적 치료제는 없다. 이 때문에 ‘제2의 코로나’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너무 강해서 개발이 어려운 게 아니라, 발병 사례가 너무 적어서 개발이 더딘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연간 10~20명 정도 발생하는 질병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후보 백신인 ChAdOx1 NipahB가 현재 1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가 니파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단클론항체 기반 후보 약물(m102.4)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대증적 지지 치료에 집중한다. 호흡 보조, 뇌압 관리, 체액 및 전해질 균형 유지, 경련 조절 등이다. 리바비린 투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초기 관찰 보고가 있지만, 임상적으로 확립된 표준 치료는 아니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감염 시 치명률이 높아 감염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인도 등 발생 지역을 여행할 때 불필요한 병원 방문은 자제하고, 개인위생에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파력 낮아 팬데믹 가능성 희박… “메르스와 유사”

그렇다면 니파바이러스는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답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WHO는 2017년 니파바이러스를 ‘우선관리 병원체(Priority Pathogen)’에 포함시켰다. 이는 전염병 유행 위험이 있으면서도 대응수단이 부족해 연구개발이 시급한 병원체를 의미한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에볼라, 지카 등도 이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우선관리 병원체’라고 해서 모두 팬데믹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전파력을 나타내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o)다. Ro는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낸다.
현재 니파바이러스의 Ro는 약 0.48로 추정된다. 1보다 낮으면 전파력이 낮아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경향을 보인다. 참고로 코로나19 초기 야생종의 Ro는 약 2.5, H1N1 신종플루는 1.4~1.6, 스페인독감은 2.0 정도였다. 홍역은 12~18 수준이다.
즉, 니파바이러스는 치명률은 높지만 전파력이 낮아 대유행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니파바이러스는 코로나19보다 메르스나 에볼라출혈열과 더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메르스의 경우 Ro가 0.7 정도에 치사율이 36%로 꽤 높았지만, 병원 내 슈퍼스프레딩을 제외하면 광범위한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니파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병원이나 가정 내 밀접 접촉자 중심의 단발적·집중적 전파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지만,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물론 변이를 일으켜 전염력이 크게 증폭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염성과 치사율은 거의 반비례한다”며 “전염력이 강해지면 치사율이 낮아지고, 치사율이 높으면 전염력이 약한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숙주를 너무 빨리 죽이면 바이러스 자체도 전파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WHO는 1월 30일 “국가적, 지역적, 세계적 차원의 위험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해당 사례들이 특정 지역에 국한됐으며 확진자들이 증상이 나타난 기간 동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예방이 최선… 박쥐 서식지 과일·수액 섭취 금지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질병관리청과 WHO가 제시한 예방 수칙은 다음과 다.
첫째, 과일박쥐나 아픈 돼지 등 동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특히 박쥐 배설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과일이나 생 대추야자 수액 섭취를 금지해야 한다. 바닥에 떨어진 과일도 먹지 말아야 한다.
둘째, 과일은 먹기 전에 반드시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박쥐나 새 등 동물이 물거나 갉아먹은 흔적이 있는 과일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나무 수액(야자수 수액, 가공하지 않은 코코넛 수액 등)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셋째, 기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비누와 물로 30초 이상 손씻기를 생활화하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익힌 음식을 먹고 끓인 물을 마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넷째, 발생 지역 방문 시 주의해야 한다. 불필요한 병원 방문은 자제하고, 아픈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 등 직접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의심 환자나 확진 환자를 돌보거나 치료할 때는 마스크, 장갑 및 개인 보호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다섯째, 발생 지역에서 돌아온 후 14일간 건강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두통, 근육통, 구토, 인후통, 어지럼증, 졸음, 혼란, 발작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의료진에게 여행력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베트남 보건부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니파바이러스 발생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 질병관리청도 인도 등 발생 지역 여행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 “과도한 공포 불필요… 올바른 정보와 예방이 중요”

전문가들은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염내과 전문의 A교수는 “니파바이러스는 26년간 전 세계적으로 754명만 감염된 희귀 질환”이라며 “치명률은 높지만 전파력이 낮아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와 유사하게 병원이나 가정 내 밀접 접촉자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는다”며 “발생 지역 여행 시 기본 위생 수칙만 잘 지키면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감염병 전문가 B박사는 “WHO도 여행 및 교역 제한이 필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며 “과도한 공포보다는 올바른 정보 습득과 실천이 건강한 여행을 위한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니파바이러스는 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며 “만약 국내 유입되더라도 즉시 격리·치료하여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니파바이러스는 치명률은 높지만 전파력이 낮아 ‘제2의 코로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발생 지역 여행 시 기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귀국 후 2주간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공포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예방이 최선의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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