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이섬유 풍부한 다이어트 식품
고혈압약 복용자 통풍 환자는 주의해야
작은 알갱이 하나에 7500년 역사가 담겨 있다. 중동과 인도에서 수천 년간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아온 병아리콩이 최근 국내에서도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혈당 관리부터 다이어트, 항산화까지 다양한 건강 효과를 인정받으면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식품도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나 통풍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7500년 역사
병아리콩 (학명 Cicer arietinum L.)은 콩목 콩과에 속하는 작물로, 약 7500년 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재배되어 왔다. 메소포타미아와 레반트 지역의 고대 문명에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후 인도와 지중해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콩류 중 하나가 되었다. 병아리콩이라는 이름은 이 콩의 모양이 병아리 머리를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영어로는 ‘chickpea’ 또는 ‘garbanzo bean’이라고 부르며, ‘이집트콩’이라는 별칭도 있다.
현재 병아리콩의 최대 생산국은 인도다. 2013년 기준 인도는 883만 톤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호주 (81만 톤), 파키스탄(75만 톤), 튀르키예(51만 톤), 미얀마(49만 톤) 순이다.
혈당지수 28… 당뇨 환자가 주목해야 할 이유
병아리콩이 슈퍼푸드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탁월한 혈당 조절 효과다. 병아리콩의 혈당지수(GI)는 28로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혈당지수 70 이상은 고혈당 식품, 56~69는 중혈당 식품, 55 이하는 저혈당 식품으로 분류하는데, 병아리콩은 저혈당 식품에 속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병아리콩 가루가 들어있는 빵을 먹은 사람들의 혈당 반응이 일반 빵을 먹은 사람들보다 40%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병아리콩이 단순히 혈당지수가 낮은 것을 넘어,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했을 때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아리콩에 함유된 셀레늄 성분도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준다.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셀레늄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내 셀레늄 수송체인 셀레노단백질P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인슐린 신호전달 연쇄작용을 약화시켜 제2형 당뇨병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100g에 170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병아리콩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삶은 병아리콩 100g의 열량은 164~170칼로리 정도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 식이섬유가 풍부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다이어트에 유리하다. 병아리콩 1컵에는 하루 권장 식이섬유 섭취량의 2분의 1이 들어있다. 특히 병아리콩은 불용성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으로, 주로 대장에서 활동해 변비를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다.
실제로 100g의 병아리콩을 삶으면 국그릇에 가득 찰 정도로 부피가 늘어난다. 200g을 삶으면 한 번에 다 먹기도 힘들 정도다. 다른 콩에 비해 비교적 비린내가 없고, 땅콩이나 밤처럼 고소한 맛이 나는 것도 장점이다.

단백질·미네랄 풍부한 ‘영양 보고’
병아리콩은 고영양 식품으로 특히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며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도 많다. 삶은 병아리콩 100g은 무게 대비 물 60%, 탄수화물 27%, 단백질 9%, 지방 3%를 함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방 성분이다. 병아리콩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 전체 지방의 75%를 차지해 심혈관 건강에 이롭다. 또한 엽산(B9), 철분, 마그네슘, 인, 아연 등 미네랄이 풍부해 빈혈 예방, 뼈 건강, 신진대사 조절에 도움을 준다. 특히 칼슘 함량은 100g당 45~49mg으로, 완두콩보다 약 2배 많다. 자주 먹으면 뼈 건강에 보탬이 된다. 철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적혈구 생성과 에너지 생성,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항산화에 탁월한 비타민E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E는 세포막을 노화하게 만드는 활성산소를 무력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활성산소로 인해 모낭 세포가 노화하거나 파괴되어 발생하는 탈모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여성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분자 구조가 비슷한
‘이소플라본’이 함유돼 있어 폐경기 증후군, 심혈관질환, 암, 골다공증, 고혈압 등 여러 질환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훔무스·팔라펠부터 묵·두유까지 다양한 활용법
병아리콩은 날것으로 먹기에는 굉장히 딱딱하다. 따라서 하루 정도 물에 불린 후 삶거나 볶는 조리과정을 거쳐 먹는 것이 좋다. 간단히 해 먹고 싶다면 통조림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동 요리에서는 병아리콩을 이용한 훔무스라는 페이스트와 팔라펠이라는 튀김이 대중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는 병아리콩을 각종 향신료와 함께 요리해 커리로 먹기도 한다. 토마토 베이스 커리인 ‘차나 마살라’가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병아리콩을 한 번 삶은 후 에어프라이어로 구워서 간식 대용으로 먹거나 밥을 지을 때 같이 넣으면 맛있다. 삶은 병아리콩을 샐러드에 넣어 먹는 것 역시 부족한 단백질을 채워주는 데 좋다.
다른 콩들과 마찬가지로 삶은 병아리콩을 물과 함께 갈아서 콩국과 두유도 만들 수 있다. 일종의 묵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콩으로 만들기 때문에 두부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지만 단백질이 아닌 녹말을 굳혀서 만들므로 묵에 더 가깝다.
삶아 으깬 병아리콩이나 병아리콩 가루는 박력분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어 글루텐 프리 제빵에도 활용된다. 외국에서는 아쿠아파바(Aquafaba)라는 대체식품도 각광받고 있다. 물(Aqua)과 콩(faba)의 합성어로, 병아리콩을 끓인 물을 휘저으면 공기를 머금고 하얗게 굳어져서 비건이나 계란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이 베이킹에서 달걀, 머랭의 역할을 대신하는 재료로 자주 사용한다.

하루 300g 넘기면 안 돼… 과다 섭취 시 복부 팽만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과다 섭취는 금물이다. 병아리콩은 일일 권장 섭취량인 300g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하루 100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인 만큼 과다 섭취하면 복부 팽만, 복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다 소화되지 않고 장으로 내려가 장내 세균에 발효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약 복용자는 ‘고칼륨혈증’ 주의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고혈압이나 협심증, 심부전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병아리콩 섭취를 삼가야 한다. 베타차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약물 부작용으로 혈중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짙어지는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병아리콩에는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베타차단제와 함께 섭취하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통풍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도
통풍 환자도 병아리콩을 조심해야 한다. 통풍은 체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며 관절 등에 이상이 생기는 대사 질환이다. 병아리콩에는 몸속에서 요산으로 분해되는 퓨린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지나치게 먹으면 통풍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신장 결석 위험도 있어
병아리콩에는 옥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옥살산은 칼슘과 결합해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칼슘과 결합하면 수산칼슘 형태로 콩팥에 쌓이면서 콩팥 결석이 되기도 한다. 신장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결석 병력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콩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구토, 메스꺼움, 복통, 가려움증이 발생할 수 있다. 콩 알레르기가 있다면 병아리콩 섭취를 피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슈퍼푸드’, 자신의 건강 상태 확인이 우선
병아리콩은 7500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인류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었고, 현대 과학이 그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혈당 조절, 다이어트, 항산화, 심혈관 건강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가진 명실상부한 슈퍼푸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식품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 통풍 환자, 신장 결석 병력이 있는 사람, 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섭취를 피하거나 의사와 상담 후 소량만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일일 권장 섭취량을 지키고, 처음 먹는 경우 소량부터 시작해 몸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섭취한다면, 병아리콩은 건강한 식생활의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