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람(To Lam) 베트남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백악관(White House) 회동은 단순한 외교적 만남을 넘어 베트남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양국은 항공기 구매, 위성 시스템, 첨단 의료 기기, 에너지 분야를 망라하는 총 372억 달러(한화 약 50조 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의 실질적인 결실을 맺었다.
이번 합의는 베트남이 저가 상품 수출국에서 지식 기반의 첨단 기술 강국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보잉(Boeing) 항공기 90대 구매와 에너지 기업들과의 대규모 계약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에 따른 관세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베트남이 미국의 공식적인 시장 경제 지위(Market Economy Status) 인정을 받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제 지위가 인정될 경우 베트남 수출 기업들이 부담하던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덤핑 관세가 내수로 환원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미국이 베트남을 전략적 수출 통제 명단(Strategic export control list)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베트남이 중개인 없이 핵심 반도체 장비와 이중 용도 혁신 기술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원자재와 저임금에 의존하던 기존 성장 모델의 종말을 고하는 사건이다. 또한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 네트워크 도입은 3,000km 이상의 해안선을 가진 베트남의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분야의 도약도 눈부시다. 이번 합의에 포함된 암 치료용 양성자 치료 시스템 도입은 매년 원정 진료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던 막대한 외화를 절감하고 베트남 국민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본주의적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이는 개발의 혜택이 누구에게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는 보건·교육 관련 결의안 제72호(Resolution 72)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흡수하기 위한 베트남 내부의 준비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호찌민(Ho Chi Minh City) 인근의 롱타인 국제공항(Long Thanh International Airport)은 2026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망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착공한 베트남 최초의 반도체 칩 공장은 기술을 구매하는 국가에서 직접 생산하는 국가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베트남 정부는 500조 동 규모의 신용 패키지를 통해 지원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으며,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맞춰 세수 일부를 연구 개발(R&D)과 고품질 엔지니어 교육에 재투자하고 있다. 1995년 이후 미국의 대베트남 누적 직접 투자액이 119억 달러였음을 고려할 때, 이번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성사된 372억 달러 규모의 합의는 베트남이 새로운 아시아의 용으로 비상할 준비가 되었음을 전 세계에 알린 선언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