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베트남, 밤의 화려함을 만끽하다: ‘9시의 경제학’

[기자수첩] 베트남, 밤의 화려함을 만끽하다: '9시의 경제학'

출처: InsideVina
날짜: 2026. 2. 20.

호치민의 낮은 뜨겁고, 밤은 소란스럽다. 흔히들 베트남을 ‘아침이 빠른 나라’라고 한다. 새벽 5시면 공원에서 체조를 하고 쌀국수로 아침을 여는 부지런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뗏(Tết)과 관련된 데이터를 통해 본 베트남의 진짜 얼굴은 ‘올빼미’에 가깝다.

쇼피(Shopee)가 발표한 ‘2026 뗏 소비자 동향’에 따르면, MZ세대의 쇼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간대는 밤 8시에서 9시 사이다. 자정이 넘은 심야 시간대 주문량도 해가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날씨’다. 낮 최고 기온 35도를 웃도는 열기를 피해, 해가 진 후에야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는 동남아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이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갔다.

과거엔 오토바이를 타고 야시장에 갔다면, 이제는 침대에 누워 라이브 커머스를 켠다.

‘배달 앱’ 트래픽과 겹쳐보면 이 현상은 더 뚜렷해진다. 그랩푸드나 쇼피푸드의 주문 피크타임 역시 저녁 7~9시, 그리고 야식 타임인 밤 10~11시다.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폰을 켰다가, 알고리즘에 이끌려 뗏 선물까지 결제하는 ‘연쇄 소비’가 일어나는 시간이다.

더 중요한 건 ‘심리적 시간’이다. 베트남의 Z세대는 낮에는 직장 상사의 눈치를, 저녁에는 가족과의 식사 자리를 지킨다.

밤 9시는 온전히 ‘나’로 돌아가는 해방의 시간이다. 이때 쇼피 라이브 속 호스트의 목소리는 친구의 수다처럼 친근하게 들리고, 지갑은 무장해제된다.

베트남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야간 경제(Night Economy)’ 활성화를 외치며 관광 특구를 지정해왔다.

하지만 진짜 야간 경제는 화려한 조명 아래가 아니라, 1억 개의 스마트폰 액정 불빛 속에서 조용하지만 거대하게 돌아가고 있다.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해가 진 뒤, 그들의 스마트폰 알림창을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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